[유로 2012] 스페인 축구 황금시대를 열다… 이탈리아 대파 유로 우승

입력 2012-07-02 19:00

‘무적함대’라는 예명 그대로다. 축구에서 도저히 적수가 없다. ‘황금 세대’로 구성된 스페인의 축구 천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2일 새벽(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결승전에서 ‘빗장수비’의 대명사 이탈리아를 4대 0으로 대파하고 우승 트로피 ‘앙리 드로네’에 입을 맞췄다. 사상 첫 대회 2연패이자 유럽 국가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르헨티나는 1945∼1947년까지 3년 연속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라 스페인보다 앞서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실점에 12골을 뽑아내는 무서운 공격력으로 세계 축구의 정상임을 입증했다. 고정된 스트라이커를 쓰지 않는 ‘제로톱’ 전술을 앞세우고 미드필더진의 치밀한 패스를 통해 골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은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기밀한 패스를 통해 단숨에 상대 수비를 무력화한 스페인의 창에 상대팀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결승전에서도 스페인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 등이 중원을 완벽히 장악한 뒤 이탈리아의 전매 특허였던 ‘빗장 수비’를 단숨에 허물어버렸다. 수비에서도 스페인은 총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실점이라는 짠물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까지 제패한 스페인을 제지할 팀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강력한 대항마였던 독일은 이탈리아 전에서 보였듯 경기 운영 능력에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경기를 조율하는 ‘노장’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네덜란드는 주전 대부분이 30대로 노쇄화 돼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스페인은 상대에 따라 전술 변화를 준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히 자기 축구를 구사했다”며 “한동안 스페인 축구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년 후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이 브라질과 독일의 거센 추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스페인의 가장 큰 약점은 현재 32살인 사비 에르난데스 수준으로 경기를 조율해줄 선수가 이후에 나오느냐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젊고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과 독일이 각각 경험부족과 경기 운영 능력을 해결한다면 다음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좋은 승부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