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초월한 종교편향 논리
입력 2012-07-02 18:49
서울시 봉헌·敎洞협의회 구성… 공직자 신앙고백까지 ‘정교유착’ 매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인권보호’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과도한 종교편향 논리가 한국사회의 종교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 특히 불교계에서 시작된 종교편향 논리는 기독교 신앙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돼 왔다. 공직사회부터 종립학교에 이르기까지 신앙의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 3회에 걸쳐 종교편향 논리의 위험성을 짚어보고 실제 사례를 찾아본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와 함께 정신적 자유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헌법 제20조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교계가 종교차별 내지 편향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헌법정신을 흔들고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불교계의 주장과 달리 종교차별이나 편향 여부는 ‘현행 법령과 규정만으론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교재’도 “종교차별 논란은 구성요건이 불명확하며 검찰 법원 등 세속 권력이 종교성을 판단하는 게 오히려 정교분리에 위반된다”고 언급할 정도다. 이때문에 외국에는 입법 사례조차 없다.
◇헌법이 말하는 진정한 정교분리=이같은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종교차별 내지 편향 여부를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바로 정교분리 원칙의 준수여부다. 정교분리의 기준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판례들이 있다. 미국에서 정교분리의 기준을 명확하게 밝힌 기념비적 판례는 1984년 린치 도넬리 사건이다. 미국 포터킷시가 매년 공원에 아기 예수 등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미연방 대법원은 “행정적으로 유착했거나 관련 교회와 시당국이 전시물의 내용이나 디자인을 협의한 증거가 없고, 아기예수상의 보존·유지에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법원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정교분리의 판단기준을 정부와 종교간 행정 유착 및 재정지원 여부에서 찾은 것이다. 또 종교적 목적이 아닌 세속적 목적(공공복리 등)을 위한 협력은 정교분리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불교계가 주장한 종교차별=불교계는 그러나 행정·재정 지원과 상관이 없는데도 종교 차별 내지 편향이 있다며 교계를 공격해왔다. 종교편향으로 지목된 대표적 사례는 서울시 봉헌 발언, 교동협의회 구성, 시 예산의 성시화 사용 등이다(표 참조).
‘서울시 봉헌’ 발언은 서울시장이 주일 기도회에서 했던 신앙고백이다. 고위 공직자라도 종교행사에서 신앙의 자유를 제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는 법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교동협의회는 자치단체와 지역교회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저소득층을 체계적·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반면 ‘시 예산을 성시화에 사용하겠다’는 발언은 사실이라면 정교분리 원칙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물론 지역교계에서도 불교계에 의해 진의가 왜곡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사실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행정·예산지원 유착관계 살펴보라=불교계는 이들 세 가지 사례를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대표적 종교편향으로 몰아가면서 종교차별금지법 입법을 요구했다. 근거로 제시한 사례들이 부적절했기 때문에 불교계에서조차 “종교차별 관련 입법요구가 법리상 비합리적 요소가 많고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 또한 감정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종교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이를 악의적으로 해석해 타 종교를 해체하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논리”라고 주장했다. 김일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도 “우리 법은 공공복리 등의 세속적 목적이 아닌 포교를 목적으로 공권력과 종교가 유착됐을 때만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국교회는 이 원칙에 따라 종교차별 문제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