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의 두 형님, 비슷한 길로 가나… 검찰, 사법처리 자신감 보여
입력 2012-07-02 22:04
‘봉하대군’ 노건평씨, ‘영일대군’ 이상득 전 의원. 전·현직 대통령의 두 ‘형님’이 검찰 소환조사 및 사법처리라는 같은 처지에 놓였다.
이 전 의원은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층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다. 노씨는 2008년 12월 1일 11층 중수부 조사실로 출두했다. 이 전 의원은 노씨가 조사받았던 곳과 같이 화장실과 침대가 구비된 36㎡ 규모의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2008년 4월 대검 청사 수리 후 특별조사실을 다녀간 첫 번째 유명 인사였다. 노씨는 당시 취재진을 피하려고 대검 청사 후문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갔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공개 소환돼 포토라인에도 설 예정이다.
검찰은 노씨를 12시간 동안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가 하루 만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달 4일 영장이 발부됐다. 노씨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서) 당당히 밝혔다.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기소 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의원도 현재 “모든 의혹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소환할 만큼 수사가 이뤄졌으니까 소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뒤 곧바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도 노씨와 마찬가지로 검찰 출석 후 2∼3일 만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 여부를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두 사람에게 적용될 법조항 역시 같을 공산이 크다. 노씨는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도와주고 29억여원을 받았다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해서도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이 이 전 의원에게 건넨 수억원이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퇴출 저지 등 청탁 명목의 로비자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의원 조사에는 합수단 1, 2팀장을 각각 맡고 있는 윤대진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주영환 부부장검사 및 평검사 1명이 맡을 예정이다. 노씨의 경우 세종증권 매각 비리사건을 담당한 대검 중수1과 박경호 과장이 직접 진술을 받았다. 노씨 수사 때 수사기획관으로서 박용석 중수부장을 보좌했던 최재경 검사는 현재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노씨가 공식 직함이나 정치 활동 경험이 없는 ‘촌로’였고, 정권 교체가 된 이후 중수부 수사를 받은 반면 이 전 의원은 6선 의원을 지낸 거물 정치인인 데다 친동생이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은 수사팀에게 큰 산”이라며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 수사는 결국 참여정부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이 됐다. 이 전 의원 수사 역시 ‘임석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