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중원대전] 충청의 힘 보셨지유?

입력 2012-07-02 19:20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은 늘 대선의 향방을 좌우했다.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17대 이명박 후보 모두 대전과 충·남북에서 1위를 하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13대 대선에서는 부여 출신으로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김종필 전 총재가 충남에서 승리했으나 결국 충북 표심을 잡은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처럼 충청 표심이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게 된 것은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선거 막판까지 대세를 지켜보는 충청권 특유의 투표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영남과 호남은 초반부터 지지 후보가 명확하지만 충청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측면이 강한 셈이다.

충청권 표심은 바람에도 민감하다. 전국적으로 노무현 열풍이 불었던 16대 대선의 경우 당시 노무현 후보는 대전과 충남에서 50% 이상을 득표했다. 대선 후보가 충청에서 50% 이상을 득표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이때가 유일했다.

18대 대선에서도 충청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는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충청권 출신 대권 주자가 여야 후보와 함께 충청 표심을 3등분하는 경우도 많았다. 17대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15대 대선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그랬다.

그러나 올해는 딱히 거론되는 충청권 주자가 없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통일당도 옛 자유선진당이나 자민련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충청권에 권력공백이 생기면서 특정 후보에게로 표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충청권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각각 12석과 10석을 나눠주며 아직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대선은 여야의 박빙 승부가 기대된다.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57만표(2.3% 포인트) 차이로 눌렀던 16대나,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39만표(1.6% 포인트) 차이로 눌렀던 15대 선거와 비슷한 양강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 유권자의 10%에 달하는 충청권 표심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2일 “현재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충청권에서 유리한 위치”라며 “그러나 각종 돌발 변수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진정성 여부 등에 따라 충청권 표심이 최종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