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약 판매 ‘약효’ 의문… 소비자 선호 인기제품 대부분 빠져
입력 2012-07-02 21:53
‘국민 감기약’ 판피린큐(액체형)의 지난해 매출액은 220억원이다. 같은 제품군인 판피린티정(알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1억원 남짓. 병원이 없는 농어촌 약국에 조제용으로만 유통된 약이다. 하지만 올 가을 편의점에서 팔릴 제품은 전체 감기약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판피린큐가 아니라 동아제약 관계자조차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판피린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기 감기약 판콜에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편의점에 진열될 제품은 지난해 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판콜에스가 아니라 생산이 거의 중단된 판콜에이 내복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15일부터 편의점 등에서 판매될 일반의약품 선정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인기 제품들은 대거 빠지거나 품목 수가 축소되면서 약국 외 판매가 용두사미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안전상비의약품지정심의위원회는 오는 5일 3차 회의를 열어 일반의약품 판매 품목을 지난 2월 발표된 24개 후보 중 13개 안팎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정한 후보군 24개 중 11개가 이미 생산이 중단됐거나 애초 생산조차 된 적 없는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 팔리는 제품을 모아놓은 듯한 어정쩡한 목록이 작성된 배경에는 안전성을 내세운 약사회 측의 집요한 요구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지성분, 함유량, 나이대별 용량 등 수십 가지 항목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24개를 선정했고 전문가 감수까지 받았다”며 “판매량이 적은 제품이 선정된 것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사회정책팀장은 “당초 생산 안 되는 제품을 검토 대상에 넣었다가 이번에는 생산이 안 되니까 뺀다고 말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지사제 등을 추가해 법률이 정한 상한선(20개)을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사들도 불만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팔려면 10알 단위 포장을 2~3알 단위로 바꾸고 도매상과 재계약해야 하는데 초기 생산과 유통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비인기 제품들을 판매해서) 그만큼 매출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