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돌연사 늘어나는데… 어찌 예방 하나

입력 2012-07-02 18:26


국내 대학병원들이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 대상 장기이식 수술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영아 급사 증후군(SIDS)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첫돌도 안 지나 갑자기 숨지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다.

서울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지난 4월과 지난해 2월 각각 이뤄진 심장이식 수술은 생후 100일 안팎의 뇌사 상태 영아가 심장을 기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지난해 1월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실시된 신장이식 수술 역시 생후 80일 만에 급사한 아기가 장기를 기증하지 않았더라면 이뤄질 수 없었다. 이렇듯 보도를 통해 장기기증 및 이식 수술이 세상에 알려진 사실만 해도 불과 1년 사이에 3건 이상이다(본보 6월 12일자 1면 참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묻힌 영아들의 수는 이보다 최소 10배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지 않아도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 풍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SIDS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SIDS를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원인도 모르는 영아의 사망=SIDS는 죽을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영아의 사망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다시 말해 자세한 병력 검토, 사망 당시 현장 상황이나 부검 등 사후검사에서도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출산 과정 또는 선천성 기형 등과 같이 원인이 분명한 질병 문제로 사망하는 생후 1개월 미만의 신생아는 제외되고 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사이의 아기들 가운데 원인불명의 사망자에 한해 SIDS란 진단이 떨어진다. 따라서 SIDS 가운데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해 보이던 아기가 뜻밖의 주검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소영 교수는 “SIDS의 95%는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에서, 특히 생후 2∼4개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SIDS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수면 중이라서 보호자의 주의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깊은 밤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로 조사돼 있다. SIDS가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의학계는 돌발적인 뇌간(腦幹)의 기능 이상과 심폐 기관의 호흡조절 이상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촉진하는 몇 가지 위험인자는 밝혀져 있다. 아이를 엎드려 재우는 습관, 엄마의 흡연, 모유수유를 안 할 경우, 이불이 너무 부드러운 경우, 아이를 이불로 너무 감싸는 습관이 있을 경우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하게도 여아보다는 남아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발열성 질환에 걸린 다음에도 잘 나타나는 것으로 돼 있다.

◇산모의 흡연과 엎어 재우기 위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는 “위험인자를 방어하는 것만으로도 SIDS의 40∼70%를 막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예쁜 두상 아기를 만들어준다는 이유로 재울 때 모두 엎어서 재우는 잘못된 상식과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임신 중 흡연 행위 등은 절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소아과협회(AAP)가 1992년부터 ‘아기 뉘어 재우기’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SIDS 발생률이 50%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AAP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11월, 아기를 SIDS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안전하게 재우는 지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AAP는 이 지침에서 무엇보다 질식 위험을 막기 위해 등을 대고 가급적 딱딱한 바닥에 누운 자세로 아기를 재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장했다. 아기가 깨어 있거나 부모가 아기 곁에서 지켜보는 동안에는 엎드린 자세로 두어도 괜찮지만 주의가 소홀해지는 시간에는 똑바로 뉘여서 재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