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중원대전] 박근혜 세종시 출범식 공들여… “약속지켜져 기쁘게 생각”
입력 2012-07-02 19:20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중원 대전’이 시작됐다. ‘충청을 잡아야 승리한다’는 선거 공식이 등장할 정도로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은 당락을 좌우해 왔다. 특히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에서 시작해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이명박 정부의 수정 논란을 거쳐 탄생한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여야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이 도시는 충청권 표심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절대 빼앗겨선 안 될 전략적 요충지나 다름없다. 여야 잠룡들이 2일 너나 할 것 없이 세종시로 몰려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제1야당 대표로서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는 데 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교육·과학·기업 중심도시로 수정하려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의 반대에 부닥쳐 끝내 실패했다. 박 전 위원장은 2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식에서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었다”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출범식에 불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남다른 깊은 감회를 느낀다.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약속이 지켜지고 실현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충청권 주민과의 약속을 지켰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충청권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것이다. 또 3년 전 세종시 수정 논란을 상기시켜 이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발언이기도 하다.
유한식 초대 세종시장은 기념사에서 “어려운 고비에서 결정적 힘을 심어주신 박 전 위원장에게 세종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박 전 위원장을 특별히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화답하듯 출범식장을 떠나며 그에게 “축하한다. 건강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정부를 대표해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이는 김황식 국무총리다. 이 대통령은 출범식 대신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에 가 해외건설 5000억 달러 수주 달성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키로 확정된 이후 단 한 번도 이곳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 박 전 위원장은 19대 국회 개원식에 함께 참석했으나 악수를 하지도, 따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에 보인 관심은 국회 개원연설 직후 여야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가 지역구인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에게 현황을 물은 게 전부다. 동행한 김 총리가 “일부 부서가 나가기 시작했다. 총리공관도 10월 중순 완공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김 총리가 그 집에) 얼마 안 있으면서 괜히 헌집 만드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곧 정권이 바뀌면 후임 총리가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던진 농담이다.
세종=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