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김성환 희생양 되나… 靑 김태효 ‘읍참마속’ 주목

입력 2012-07-02 19:14


한·일 정보보호협정 ‘밀실 처리’에 정치권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2일 강하게 질타하면서 협상 처리를 주도한 외교안보라인 문책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문책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대통령도 모르게 저지른 일’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 무한신뢰 무너지나=외교안보라인은 김태효 청와대 대외정책기획관이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서부터 줄곧 자리를 지키는 등 장수(長壽) 장관들이 많다. 가장 재임기간이 짧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1년7개월째다. 지난해 3월 불거진 ‘상하이 스캔들’, 같은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파악 실패 등 여러 차례 문책론이 대두됐지만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에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질책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청와대가 협정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여론 환기 차원에서 ‘선(先) 문책 후(後) 추진’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 김성환 장관 떠밀기(?)=밀실 처리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의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협정 실무협상을 총괄한 김 국방장관은 문책론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를 총 지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기획관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김 기획관은 수석비서관회의에 불참하는 등 몸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부 외교정책의 ‘아이콘’인 김 기획관을 이 대통령이 ‘읍참마속’할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문책론의 전면에 나선 것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다. 전날 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 책임을 청와대에 돌렸던 외교부는 김 장관이 직접 “다른 데(청와대나 국방부)로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 모든 책임은 외교부에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례적으로 기자실을 방문해 “일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런 상황에 화를 잘 내지 않기로 소문난 김 장관이 의외의 모습을 연출했다. 기자에게 “돌려서 말씀하시는데 그냥 직접 말씀하세요. 저한테 지금 책임지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며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장관에 대해 조금의 이해는 있을 줄 알았는데 없나 보네요”라며 섭섭한 심경을 내비쳤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