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없앤다고 학벌주의 없어지나

입력 2012-07-02 19:36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2017년까지 서울대라는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는 이용섭 정책위의장의 발상은 위험 요소가 많다. ‘서울대 폐지론’으로 불릴만한 이 구상을 올해 민주당 대선공약으로 내걸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학벌주의와 도를 넘은 입시경쟁 과열 때문에 이런 충격적인 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의장의 주장이다.

그의 지적처럼 이 땅의 모든 학부모들이 너나없이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려 하기 때문에 입시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또 서울대가 우수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을 싹쓸이해 데려간 뒤 정말로 세계에 내놓을 만한 훌륭한 인재로 키웠는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서울대가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일류대학과는 수준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방 국립대와 합쳐 학점이나 교수, 졸업장까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인재양성이 필수인데, 이처럼 무차별적인 통합으로 고급 두뇌가 양성되겠는가. 국가의 인재를 양성·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할 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선진국들이 국·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더 갖춘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유가 바로 국가경쟁력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도 서울대가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라는 국민적 여망을 담아 올해 법인으로 발족시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대로 된 청사진 하나 없이 지방에 서울대를 많이 만든다고 입시경쟁이 줄어들고 학벌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서울대 폐지가 핵심 인재의 양성을 막아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집권 시절인 2004년에 국립대학들이 공동학위제를 운용하고, 대학을 평준화해 입시 지옥을 없애겠다는 ‘국립대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가 반발이 심해 철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상대적 박탈감이 큰 지역 유권자와 지방국립대의 지지를 얻기 위한 편법이란 오해를 사기 좋다는 뜻이다.

학벌주의 청산과 입시지옥 해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다. 그렇다고 서울대를 없애 이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양산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서울대 폐지로 상위 사립대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고,제2, 3의 서울대가 또 나타날 수도 있다. 하루빨리 이 안을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