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어르신 섬김엔 큰교회 입니다”… 안양 주님의교회의 이웃 사랑

입력 2012-07-02 18:35


지난달 29일 정오 경기도 안양 석수동 183의 82 주님의교회 예배당. 점심식사를 마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이 교회 원덕희(54·사진) 담임목사와 교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다.

“매주 금요일 여기 오는 게 낙이야. 여기 오면 발 마사지도 받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한참 웃다 가니 좋아. 교회가 좋은 일 하는 것 같아. 늘 고마워….”

교회는 지난해 3월부터 ‘금요 만나’로 불리는 이 사역을 시작했다. 금요 만나는 오찬에 앞서 1시간 동안 예배를 진행한다. 그동안 각계 목회자, 대한신학교 교수, 의사, 약사, 한의사들과 천국과 지옥을 체험한 구순연 집사, 용팔이 김용남 집사 등 다양한 강사들이 다녀갔다.

처음 예배드릴 때는 ‘예배는 무슨 예배냐’며 그냥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밥 한 끼 주면서 생색낸다며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찬양과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금요 만나는 기적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찾을 뿐 아니라 앓고 있는 질병이 치유되는 기적이 이어지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곳에서 하나님의 진한 사랑을 체험한다.

이종술(67) 할아버지는 몇 십년간 마시고 피우던 술과 담배를 기도 가운데 끊고 이제는 금요 만나를 섬기는 일꾼이 됐다. 주일성수는 물론, 성가대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함께 찬양하고 안수기도 받고 자녀를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 속에서 금요 만나 스태프들도 함께 중보기도를 드리고 있다.

예배를 마친 어르신들은 식당으로 옮겨 식사를 한다. 집사들과 권사들은 준비한 음식을 바지런히 나른다. 교인들은 친부모 모시듯이 음식 봉사에 나선다.

“아버지 어머니께 올린다 생각하고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지요. 교회에 들어오실 땐 무거운 얼굴이셨다가 환히 웃음 짓는 얼굴을 뵐 때면 제 마음까지 흐뭇해진다니까요.”

주님의교회가 어르신들을 섬기게 된 것은 원 목사의 목회 철학에 교인들이 적극 동참한 결과다. 2009년 12월 개척해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 40∼50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이지만 이웃 사랑과 나눔에 대한 열정은 큰 교회 못지않다. 매주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데 20만원 이상의 비용과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어르신들을 섬기고 예수 사랑과 복음을 전한다는 기쁨에 아까운 줄 모른다.

15년여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50대 초반에 목회자가 된 원 목사는 최근 갈 곳 없는 분들을 위한 ‘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 건축은 뒷전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보금자리부터 먼저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기도 제목이다. 나아가 청소년들이 영성 훈련과 사회적응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하고 싶다.

“늦은 나이에 목회를 시작했지만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기쁨에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목회하는 행복이 바로 이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한 끼 식사를 해결하러 왔더라도 예수님을 영접하고 나보다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안양=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