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 지배구조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12-07-02 19:37
정권따라 사장 바뀌는 후진성 탈피해야
지상파 방송의 미래와 관련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이 관심을 끈다. 현재의 구조에 심각한 흠결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주말 새누리당이 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책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MBC·KBS·YTN 등 공영적 성격이 강한 방송사의 취약한 성격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이 먹히고, 급기야 그것으로 인해 불공정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MBC 파업에 대한 해법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방송문화진흥회 개편을 일컫는 것이고, 이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말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야가 개원협상 합의문에서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한다”는 부분과 맞물리면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의 노사분규나 사장 거취 등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방송사 파업 역시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노사자율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사장 선임 등 민감한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을 기조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몰고 온 제도적 결함을 고치는 일이다. 현행 방송법상 MBC는 방문진 구성을 통해, KBS는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러니 권력 주변을 얼쩡거리던 인사들이 방송사 사장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게 만병의 근원이다. 그동안 방송사 사장의 면면을 보면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이 달콤한 유혹을 떨친 정권은 없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들은 사장 임명을 놓고 몸살을 앓았고, 구성원들은 극심한 분파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후진적 관행을 이제는 벗어날 때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공영방송의 항구적인 독립성을 담보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정파의 이익을 넘어서는 것이며, 다음 정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방문진의 경우만 해도 지금처럼 여야와 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씩 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를 놔두고는 백년하청이다.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청와대의 측근이 내려갈 수 없는 엄격한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더불어 방송사 노조의 고질적인 파업을 막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공재인 전파를 쓰면서 툭하면 파업을 일삼아 시청자 주권을 무시하는 행태는 더 이상 보아주기 어렵다. 오로지 진실을 기반으로 하는 보도,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뢰할 만한 제도를 만들어 더 이상 공영방송이 ‘노영(勞營) 방송’이라거나,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