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동만] 원자력비중 50%로 늘릴 핀란드

입력 2012-07-02 19:50


한반도의 1.5배 크기로, 국토 면적의 70%가 숲이고 10%가 호수인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그 나라는 세계경제포럼 선정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경쟁력과 투명성을 자랑하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세계 1, 2위를 달리는 강소국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핀란드 최북부 지역은 여름내 73일 동안 해가 지지 않고 겨울 51일 동안 해가 뜨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일해도 야근을 할 수 없는 여름과 아침부터 야근을 하는 겨울을 가진 특이한 나라다.

빼어난 자연환경과는 달리 자원과 에너지는 부족해 에너지 공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핀란드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이용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총 발전량 중 화력이 약 50%를 차지하고 수력이 19%, 원자력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핀란드는 앞으로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38%로 높이고 원자력 비중도 현재 30%에서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핀란드는 이미 원전 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5기를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 6∼7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원자력 폐기물 처리나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핀란드 대통령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던 라우리 릴호넨 핀란드 에너지부 원자력 담당 수석참사관은 “자원이 부족한 핀란드로서는 원자력 안전을 강화해 나가면서 원자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마다 원전 부지를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어느 나라보다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인 핀란드와 우리나라가 지난 5월 25일 헬싱키에서 양국 간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핀란드 원전사업 진출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원자력 협력 협정에 가서명했다.

우리 기업이 핀란드 원전에 진출한다면 원전 입찰을 계획하고 있는 폴란드나 체코, 헝가리 등 유럽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러시아 원전에 의존해 왔던 이 국가들은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원전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하는 등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에 이르는 원자력전기 강국이다. 여기에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의 ㎾당 건설단가는 2145달러에 이른다. 미국(3582달러), 러시아(3050달러), 프랑스(340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한국형 원자로의 건설 기간은 52개월이다. 이는 미국(57개월), 프랑스(60개월), 러시아(83개월)와 비교하면 가장 짧은 기간이다.

원전은 미래 성장산업이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유망한 수출품목이다. 현재 핀란드 원전 5호기는 프랑스가 짓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지연돼 불만이 많다고 한다.

원전 수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건설 공기도 짧다. 더욱이 기술 이전의 장점도 갖고 있다. 이번 한국과 핀란드 원자력 협력 협정 가서명을 계기로 원전 건설 분야를 비롯해 양국 간 협력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한동만(외교통상부 국제경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