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기선] 당내 경선의 공정성 확보돼야
입력 2012-07-02 18:21
“장점과 단점 모두 갖고 있는 국민참여경선… 다양한 보완책 시급히 마련해야”
18대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도 있고, 일부 정치인들은 곧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는 당원 외에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하는 이른바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각각 8월과 9월 중에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참여경선 제도가 공직후보 선출 방법으로 처음 도입된 것은 16대 대선 때였다. 정당 지지도가 낮았던 새천년민주당은 대의원 또는 당원들이 공직 후보를 선출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3만5000명의 일반 유권자들을 선거인단에 참여시킴으로써 국민적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에 힘입어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그후 일부 지방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리고 17대 대선 때는 다수의 정당에서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한 바 있다.
국민참여경선제는 공직 후보 선출의 분권화와 개방화를 통해 정당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후보들의 정책과 능력, 자질 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선출된 후보의 정통성을 강화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특히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냄으로써 당해 정당 또는 후보에 대한 지지와 투표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17대 대선 때 주요 정당의 국민참여경선 과정에서는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상호 비방과 의혹 제기로 갈등이 첨예화되고, 급기야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후보 지지자 간 폭력으로 합동연설회가 중단된 경우도 있었다. 특정 후보의 지지세력 동원과 공정성 시비로 경선 거부 등 파행이 빚어졌다.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연예인 등의 명의가 도용되고 종이당원, 유령 선거인단 문제가 제기됐다. 경선 방식이 수시로 변경돼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당내 경선이 불공정하게 치러지면 소속 후보의 경쟁력과 정통성이 약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나아가 본선거의 분위기를 과열·혼탁시키고,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을 가중시켜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
무엇보다 정당의 자구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정당은 경선 과정에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음해 등 이전투구가 벌어지지 않고 건전
한 정책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금품제공 등을 통한 선거인단 모집, 유령 유권자, 이중 투표 등 부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내부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내부 합의를 바탕으로 세세하고 명확한 경선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선거법에서는 당내 경선의 경우 매수 및 이해유도죄, 선거의 자유방해죄, 허위사실 공표죄 등 일부 범죄행위에 대하여만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 외의 다른 경선 부정행위는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벌칙도 본선거보다 가볍다. 이는 경선이 정당 내부 행사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통합진보당의 경선부정 사건에서 보듯 당내 경선도 궁극적으로는 공직선거의 일부이고, 정당 추천 후보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 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참여경선은 다수의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본선거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정당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 당내 경선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 범위와 내용을 확대·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당내 경선 사무를 선관위에 위탁하는 경우 현재와 같이 단순히 투·개표만 위탁할 것이 아니라 경선의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불법행위 감시 권한 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이 공명선거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부터 깨끗해야 한다. 곧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다. 당내 경선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기선 중앙선관위 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