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는 비박주자들 “내길 간다”… 김문수, 경선참여 ‘가닥’
입력 2012-07-01 19:45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이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서로 갈라서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동으로 맞섰던 이들이 경선 룰 개정 논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는 상태에서 경선 후보등록 시작일(10일)이 다가오자 각자도생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경선 불참 ‘배수진’까지 쳤던 비박 3인방(정몽준 전 당 대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연대는 김 지사가 입장을 선회하면서 사실상 와해됐다. 김 지사는 경선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는 참여와 불참의 저울 한 가운데에 서서 참여 쪽 무게추를 바라보며 숙고 중”이라며 “캠프 내에서도 경선에 참여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리앗을 쓰러트린 다윗처럼 결연하게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위원장의 오만과 당 지도부의 비민주적 결정으로 당이 불통정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며 “그러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제도와 편견을 정면 돌파하겠다. 더 이상 경선 룰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오만하고 불합리한 당 분위기에서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경선 불참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지사에 대해 “지금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의 인생경로를 존중한다”면서도 “김 지사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들께 원칙적인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잘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선 참여를 검토하며 흔들리고 있는 김 지사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 의원의 한 측근도 “김 지사의 입장 변화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이 의원이 경선에 참여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박 3인방은 대선주자로서의 일정을 취소 또는 보류하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말 바꾸기’ 논란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고 대승적 차원의 명분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은 경선 불참 이후의 거취를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박 세력을 이끌며 정치적 생존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들이 극적으로 경선에 참여하거나 박 전 위원장의 대권가도를 도울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