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판치는 스마트폰] 틈만 나면 ‘야동’ 보기… ‘손 안의 19禁’ 아이들 망친다

입력 2012-07-01 22:18


(상)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6월 현재 2700만명을 넘어섰고 태블릿PC 이용자수도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선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 됐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약 3.6명이 스마트폰을 소지했고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청소년들에게 음란물 등 유해정보의 유통 창구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음란물 유통 실태와 구조적 문제, 해결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얘, 뭐 보니?” “아… 아무것도 아닌데요.”

주부 K씨(33)는 최근 한 살배기 딸과 산책을 하려고 탄 자신의 집 엘리베이터 안에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초등학교 4, 5학년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구석에 선 채 열심히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아이의 스마트폰 화면엔 충격적인 영상이 펼쳐졌다.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으로 도배한 성인 음란물 사이트였다. K씨가 말을 붙이자 아이는 성급히 바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숨겼다.

한 인터넷 카페 학부모 모임 사이트에 이 글이 게시된 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학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음란물을) 보니 엄마가 눈치 채기 참 힘들다”고 걱정을 쏟아냈다.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유해 정보=부모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몰래 성인영화를 시청하거나 음란사이트를 접속했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부모의 통제가 비교적 쉬웠던 PC에 비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이동 중에도 사용이 가능해 어른들의 눈을 쉽게 피할 수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카카오톡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놀이터나 공원 등에서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보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1 청소년 매체이용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소지율은 2010년 5.8% 수준에서 지난해 36.2%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성인용 동영상 등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율은 4.5%였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초·중·고생 651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부모들이 체감하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정도는 발표한 내용 그 이상이다.

인터넷 카페 학부모 모임의 한 주부는 “아이가 반에서 자기만 스마트폰이 없다고 며칠을 뚱해 있다”며 “가격 부담,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학습 부진도 걱정이지만 내 아이가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게 걱정돼 스마트폰 사주는 걸 주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음란물 보던 청소년, 이제는 공급자로=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로 유해정보를 본 아이들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유해정보를 유통하는 공급자로 나선다는 것이다.

대전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지난 5월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10대 청소년 4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실시간 인터넷방송 서비스로 유명한 앱을 내려받은 뒤 이를 통해 음란물을 생중계로 내보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자위 영상을 앱을 통해 실시간 방송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인터넷 음란물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5월 한 달 동안 115건을 적발, 142명을 검거했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PC보다 청소년들의 사용자 환경이 더 쉬워졌다”면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일시적 충동을 이기지 못하면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