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中반환 15주년] 경제 급속 성장 홍콩… ‘심화되는 中 예속’ 거센 반발
입력 2012-07-02 01:04
1일 중국중앙TV(CCTV) 화면에 비친 홍콩 전시컨벤션센터 무대에 오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이날 오전 이곳에서 열린 홍콩 반환 15주년 기념식 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 취임식에서 후 주석은 홍콩 현지의 반발 기류를 의식한 듯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와 ‘항인항치(港人港治)’ 정책은 확고하다”고 언급했다.
전날인 30일 밤 같은 곳에서 ‘홍콩 회귀 15주년 기념 공연’이 열리기 전 홍콩특구 정부가 마련한 만찬에서는 “홍콩 사람들은 홍콩을 잘 관리하고 건설하고 발전시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밤 컨벤션센터 밖에서는 인권운동가 리왕양(李旺陽)의 사망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 수백명과 경찰 간 충돌이 계속됐다.
◇자치권 계속될까…불안한 홍콩인들=렁춘잉 행정장관 취임식과 홍콩 회귀 15주년 기념식이 열린 1일에도 홍콩인들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범민주파 시민운동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이 주도한 가두시위는 빅토리아공원을 출발해 홍콩특구 정부청사까지 이어졌다.
이에 앞서 홍콩 빈과일보 기자는 30일 후 주석이 크루즈 여객선 접안시설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후 주석은 홍콩인들이 천안문사태 재평가를 원한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라고 외쳤다. 이 기자는 그 뒤 후 주석 경호원들에 의해 15분가량 붙잡혀 있어야 했다. 이에 홍콩기자협회는 기자들에게 시위에 적극 참가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홍콩인들의 이러한 반발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언론 자유가 억제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빈부격차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중국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치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대 조사에 따르면 홍콩인들의 일국양제에 대한 “신뢰한다”는 대답은 2007년 77.5%로 최고였으나 최근 51.6%로 떨어졌다.
◇중국 의존 벗어날 수 없는 경제=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7년 2만7000달러에서 2011년 3만4200달러로 늘었다. 특히 홍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뒤 지난해 GDP 성장률 5.0%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중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로 꼽힌다.
홍콩은 2003년 중국과 홍콩 간 자유무역협정(CEPA) 체결 이후 본토와의 무역 증대, 홍콩 금융기관의 위안화 업무 허용 등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을 보였다.
최근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홍콩과 본토와의 무역액은 지난해 2835억 달러에 달했다.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기 전인 96년에 비해서는 거의 6배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 5월 말까지 홍콩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액수는 5538억 달러였다. 홍콩이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직접투자 건수는 34만건이나 된다.
홍콩 역시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0년 말까지 중국의 홍콩에 대한 투자액 누계는 1991억 달러에 달해 중국의 대외투자액 가운데 62.8%를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홍콩에서 국채 230억 위안(약 4조1000억원)어치를 발행키로 하는 등 홍콩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위안화 무역 및 결제 확대, 본토와 홍콩 간 금융협력 등이 포함된다.
특히 홍콩과 광둥성 선전 간 상호투자 및 금융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선전 첸하이(前海) 특구에서는 위안화 완전 태환을 위한 ‘위안화 특별구’를 운영하게 된다. ‘홍콩 달래기’를 위한 가시적인 선물인 셈이다. 이에 따라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과 본토 간 사회적 갈등 첩첩=지난 2월 빈과일보에 실린 ‘메뚜기떼의 습격’ 광고는 홍콩인들이 중국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쇼핑, 관광, 출산을 위해 홍콩으로 몰려드는 중국인을 메뚜기떼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 자금의 급속한 유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도 홍콩인들은 불만이다. 이에 따라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1%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다시 5% 올랐다.
홍콩 사람들은 자신이 중국인으로 불리기를 꺼려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홍콩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홍콩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에 대해 벗어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홍콩 기자 87%가 최근 5년간 언론 자유가 훼손됐다고 응답했다.
도널드 창에 이은 새 행정장관 렁춘잉마저도 자택 불법 건축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데서 보듯 문제가 있는 관리가 홍콩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행정 책임을 맡는 것도 못마땅하다.
지난 3월 실시된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중국이 막판에 헨리 탕 대신 선택한 렁춘잉이 당선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직선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