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수입가격 조작’ 꼼짝마!… 관세청, 가격동향 모니터링 시스템 7월부터 가동

입력 2012-07-01 19:23

통신기기 수입업체인 A사는 올해 초 관세율이 0%인 통신기기를 수입하면서 수입가격을 3배나 인상해 신고했다. 예를 들어 100원인 통신기기를 300원으로 신고하면 장부상 200원이 추가로 지출돼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다국적기업인 A사는 뻥튀기한 수입가격에 따른 차액 수천억원을 외국에 있는 관계사에 송금하다 관세청에 적발됐다. 사실상 국부를 유출한 것이다.

정부가 수입가격 조작을 이용한 다국적기업의 세금 탈루행위를 원천 봉쇄키로 했다. 관세청은 1일 “다국적기업의 가격조작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다국적기업 가격동향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달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은 관세율이 높은 물품을 수입하면서 저가로 신고해 관세를 내지 않거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무관세 품목의 수입가격을 고가로 신고한 뒤 추가 관세 부담 없이 외국 관계회사에 거액의 외화를 송금해왔다. 다국적기업의 수입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30% 정도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추징한 관세 1조7억원 가운데 다국적기업 추징액이 전체의 70%(7013억원)에 이른다.

관세청이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은 업체는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5000여개다. 관세청은 이들 기업의 회계 공시자료, 수출입 및 외환거래 자료, 해외 관계회사 정보 등을 기초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가격조작 징후가 발견되면 추가 정밀분석을 거쳐 기업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가격조작 행위를 즉각 차단해 관세소송을 예방하는 한편 납세의무자에게는 사후 대규모 추징 위험에서 벗어나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