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苦利’에 우는데… 은행들 ‘高利’로 배 불려
입력 2012-07-01 22:08
서울 신정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58·여)씨는 최근 은행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얼마 전 직장을 구한 아들과 자신이 번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 위해 적금 상품을 찾았지만 턱 없이 낮은 금리에 포기했다. 4%도 되지 않는 적금 금리로는 목돈 마련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비교적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은 너무 위험하고, 펀드에 넣자니 주식시장이 좋지도 않고 해서 은행을 찾아갔지만 생각보다 금리가 너무 낮아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A은행에 급여통장이 있는 김모(42)씨는 통장정리를 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 지난해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으로 쓰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었는데 금리가 연 7.9%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급여통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편리하기는 한데 대출금리가 너무 세다. 돈을 맡길 때는 금리가 야박하고, 빌릴 때는 무거운 게 요즘 은행”이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여전히 금리 장사에 골몰하고 있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고객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으로 돈벌이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 은행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는데도 가계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은행은 더 이상 돈을 맡길 곳도, 빌릴 곳도 아니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액기준으로 5월 예대마진은 2.85% 포인트로 지난달 2.88% 포인트보다 소폭 낮아졌다. 예대마진은 은행의 주 수익원이다. 예금금리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을 경우 고객의 부담은 커지지만 은행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된다.
은행 예대마진은 지난해 6월 3.01% 포인트로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후 조금씩 내려가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비교하면 아직도 높다. 은행의 예대마진은 2009년 6월 1.89% 포인트, 2010년 6월에는 2.62% 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을 더 낮춰 가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은행들이 지난해 예대마진을 크게 올려놓고는 내릴 때는 눈치를 보면서 찔끔찔끔 내리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실제로 예금금리를 지난해 6월 3.05%에서 올 들어 지난 5월 3.06%로 0.01% 포인트 올리면서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6.06%에서 5.91%로 0.15% 포인트 내렸다.
시중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항변한다. 2009년이나 2010년처럼 예대마진을 대폭 줄이려면 다른 수익원이 있어야 하지만 그럴 곳이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당장 수익처를 찾기가 너무 곤란한 상황”이라며 “(예대마진을 제외하면) 펀드와 방카슈랑스가 대표적인데 이들도 가입자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이 높은 편이라고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며 “수수료도 크게 낮춰 소득이 준 상황에서 예대마진을 줄이는 공격적 운용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