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시진핑, 가족 스캔들에 타격… 10월 당 대회 권력 승계 앞두고 美·中 미묘한 갈등도
입력 2012-07-01 19:08
‘시 게이트(Xi Gate)’의 서막인가?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최대 악재를 만났다. 같은 ‘태자당’ 출신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부패 스캔들로 연기설까지 나돌았던 당 대회를 예정대로 10월 말에 개최키로 가닥을 잡아가던 상황이었다. 차기 지도부 구성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시진핑이 특혜 스캔들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시 일가의 축재…미스터 클린 이미지 먹칠?=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9일 시진핑 일가가 희토류 등의 사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폭로한 자료의 소스는 중국 감독기관 보고서다. 통신은 중국 당국이 워낙 자료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어 이 보고서에 명시된 자산 외에 다른 자산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일가가 보유한 기업 지분이 희토류, 휴대전화 장비 관련 기업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관여해 온 분야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시 부주석이 중국 공산당 고위직에 오르면서부터 지난 10여년간 그의 일가가 철저히 부를 축적해 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분의 대부분은 시 부주석의 큰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어머니의 성을 따른 것으로 알려짐)와 남편 덩자구이(鄧家貴) 등이 소유한 것으로 그의 큰누나가 축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또 시 부주석 일가가 홍콩에 5000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까지 보유했다고 폭로함으로써 해외 부동산 은닉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물론 블룸버그는 서류상 어떤 자산에도 시 부주석이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외동딸 시밍쩌(習明澤)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으며, 시 부주석이 개입했다는 증거나 그 일가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고 선을 긋기는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권력자들의 친척들은 주변으로부터 ‘수동적인 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 시 부주석이 입을 수 있는 정치적 타격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저장성 당위원회 서기였던 2004년 중국 전역의 반(反)부패운동을 주도하면서 “배우자와 자녀, 친척, 친구들을 제대로 단속하고 국가권력을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삼지 말도록 서약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말이 허언이 돼가고 있는 셈이다.
◇제 발 저린 중국? 발빠른 인터넷 접속차단=더욱 문제는 블룸버그 폭로 이후 중국 당국의 태도다. 중국 내 블룸버그 웹사이트 등의 접속을 차단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홍보 책임자인 벨리나 탄은 “중국 내 블룸버그 웹사이트가 이 보도와 관련해서 현재 차단된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기사를 통해 시 부주석과 그의 가족들이 언급된 자산과 연관됐다는 어떤 흔적도 없다고 보도했으며, 시 일가가 이와 관련해 부정한 짓을 했다는 뉘앙스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국내외의 언론들은 최고 지도자들과 그 가족들의 재산에 대한 언급 자체가 매우 민감하고 때론 금기시되는 중국에서 블룸버그가 보시라이 사건 이후 정치적으로 예민한 교체기에 있는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