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장 선임 개정안’ 놓고 갈등조짐… 총장권한 강화에 반발 거세
입력 2012-07-01 22:02
서울대가 학장 선임에서 총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학칙을 개정하자 교수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인 호문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칙 개정과 관련해 “지난 수십년간 자유를 호흡하며 쌓아온 서울대 정신이 다 죽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최근 전체 교수들에게 보냈다.
호 교수는 1일 “직선제 없이 뽑힌 총장이 단과대 학장 선임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호 교수가 비판한 대상은 법인화 이후 학장·대학원장 선임에 관한 학칙 개정안으로, 지난달 14일 학장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은 각 단과대학(원)에서 자율적으로 2인 이상의 대학(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이를 ‘참고하여’ 총장이 교원인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참고하여’라는 문구는 사실상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여서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 교수는 “게다가 총장에게 참고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추천위를 구성하라는 것은 대학을 무시한 것”이라며 “다른 국공립대에서는 실소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 교수는 “법인화 이전 서울대는 관행적으로 각 단과대학이 투표나 의견 조율을 통해 한 후보를 학장으로 추천하면 총장이 대부분 그대로 임명하는 등 사실상 자율적 직선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정안을 찬성한 한 단과대학장은 “서울대의 자율성은 본부에 대한 단과대의 자율성이 아니라 효율적 경영을 위한 서울대 자체의 자율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인화 이후 시행될 최종 학칙은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