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보류, 한심한 ‘네탓’ 공방… 희대의 해프닝 벌여놓고 반성커녕 발뺌만

입력 2012-07-01 21:05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보류 책임을 놓고 치열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의 서명 예정시간 10분을 앞두고 협정을 공식 보류하는 ‘희대의 해프닝’을 벌여놓고도 반성은커녕, 서로 책임론에서 빠져나가려고 자신들 입장만 항변하는 꼴이다.

◇외교부 “왜 우리만 덤터기 써야 하나”=외교부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고 (협정을) 처리하라는 게 청와대 의중이었다”고 밝혔다. 국민 정서상 후폭풍이 예상됐음에도 협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윗선’의 암묵적 지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 당국자는 “처음에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그렇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외교당국은 일본 관련 현안을 추진할 때 늘 신중함을 보였다. 틈만 나면 독도 영유권 야욕을 드러내고,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는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를 잘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이번에도 정부 내 협정 추진 과정에서 “언론에 엠바고(일정시점까지 보도유예)를 설정하고 추진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 측은 아울러 이번 협정의 관련 부처임에도 한 발 빠져 있는 국방부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당국자는 “협정의 골자가 군사정보 교류로 실질적인 건 (국방부가) 다 추진해놓고 지금 와서 발뺌하는 건 좀 치사하지 않냐”고 말했다. “일이 틀어지니 다 빠지고 우리만 남았다”며 “외교부가 유탄을 맞은 꼴이 됐다”고 한탄도 했다.

◇청와대 “관련부처가 알아서 하는 일”=청와대는 정책 세부일정은 관련 부처가 할 일이라며 외교부의 윗선 개입설 제기를 일축했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구체적인 협정 추진 일정까지 정해서 하라, 하지 마라 하지 않는다”며 “청와대는 정책을 결정하고, 구체적인 추진 방법은 관련 부처가 알아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협정의 재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국익에 큰 도움이 되는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면서 “앞으로 국회와의 논의를 통해 그 방법이나 일정은 바뀔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추진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우리 관할 아니었다”=국방부 입장은 ‘협정 체결은 청와대와 관련 부처가 최종 결정한 것으로 외교부로 떠넘긴 게 아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지막(협정 체결)은 외교부가 하는 게 맞다’고 정리된 것”이라며 “국방부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외교부에 넘긴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변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미흡한 실정이며 대량살상무기(WMD) 차단을 위해서도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중요하다”고 협정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