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해임해야”… 與 “일일이 대응 안할 것”
입력 2012-07-01 18:56
지난 29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 불발 후 정치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론이 대두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예방을 받고 “우리를 침략한 나라와 협정을 맺으면서 국회에 단 한 줄도 보고를 안 했고, 일본 자위대를 군(軍)으로 인정해 군사정보 협정을 맺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무총리 이하 외교통상부 및 국방부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 등을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가 불신임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 실장은 “과정에 소홀한 점은 있었으나 국방부와 외교부에서는 국회에 설명을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 것은 국회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책임론은 정부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국 주도권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기간이었던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이 통과되도록 사전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 총리가 공식적으로 협정안을 통과시킨 책임은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체결 시기와 방법을 모두 결정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일단 민주당 측이 요구한 김 총리 해임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를 압박해 협정안 체결 보류를 이끌어낸 새누리당에서도 이 대표 주장을 정치공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방침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실제로 일(총리 해임건의)이 벌어지면 국회에서 적절한 토론과정을 거쳐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책임론 화살은 결국 실무라인으로 향할 개연성이 크다. 협정 체결이 무기한 연기됐음에도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여전히 재추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현재의 청와대 참모진으로는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미 민주당은 국민들의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하며 “MB식 불통이 다시 드러났다”는 식으로 청와대를 맹공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친 사람들 생각이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면서 “내부에서도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손병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