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율 높은 기업, 막 퍼주는 ‘배당 파티’
입력 2012-07-02 14:18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이 어김없이 ‘중간배당’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데도 목소리 높은 외국인 주주들 때문에 배당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 파티’는 기업 성장잠재력 훼손은 물론 국부(國富) 유출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한 기업은 모두 32곳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20곳, 코스닥 상장사가 12곳이다. 주주명부 폐쇄란 배당금을 줄 권리주주가 누구인지 확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폐쇄되면 주식거래는 계속 일어나더라도 회사의 권리주주는 바뀌지 않게 된다.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한 32곳은 아직까지 2012년 2분기의 중간배당액과 배당성향을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들은 향후 이사회를 열어 현금배당액을 결정·공시한다.
32곳 대부분은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중소형주이지만 삼성전자나 포스코(POSCO), 에쓰오일(S-Oil) 등 대형 우량주도 포함돼 있다. 이들 우량주의 공통점은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50% 안팎으로 높다는 데 있다.
우량주들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전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비율인 33.78%(지난 29일 장 종료 기준)를 크게 웃돈다. 우량주들이 배당을 실시하면 전체 배당금의 절반가량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문제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이 점점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포스코의 현금배당성향은 2010년 20.4%에서 지난해 24.2%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조7844억원에서 3조1888억원으로 줄었다. 에쓰오일의 현금배당성향도 2010년 41%에서 지난해 46.87%까지 높아졌다.
외국계 펀드 등이 집중투자를 해 외국인 지분율이 64.50%에 이르는 한국쉘석유는 당기순이익이 점점 줄어드는데도 현금배당성향은 최근 3년 동안 80%를 웃돌고 있다.
배당성향 80%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5%)의 5배를 넘어선다. 한국쉘석유는 당기순이익이 2009년 313억원에서 지난해 261억원으로 떨어졌지만 현금배당성향은 83.0%에서 84.6%로 되레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우량기업의 과도한 배당이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높다. 유럽 재정위기가 수그러들지 않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써야 할 돈이 배당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을 피할 수는 없지만 론스타의 사례처럼 ‘먹튀’에 힘쓰는 외국 자본의 특성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회사 발전보다는 부를 유출하는 데 힘쓰는 외국인 주주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에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