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오직 나만 남았거늘

입력 2012-07-01 21:11


히브리서 4장15∼16절

갈멜산에서 엘리야가 850명의 우상선지자들과 대결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아합 왕과 수많은 백성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혼자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는 엘리야의 모습은 신앙인이 가져야 할 영적인 용기를 가르쳐 주기에 넉넉합니다.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열왕기상 18장 22절입니다.

“여호와의 선지자는 나만 홀로 남았으나 바알의 선지자는 사백 오십 인이로다!” 자기편이 많았기 때문에 엘리야가 당당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혼자였습니다! 엘리야가 믿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아합 왕 앞에 나타났고 또 무모하게 보이는 대결까지 제안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엘리야가 가졌던 뒷심, 그건 하나님이었습니다. 열왕기상 19장에서 엘리야는 언뜻 보기에는 같지만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 ‘나만 홀로 남았다’는 드러난 표현은 같지만 속뜻은 정반대입니다. 이 때 엘리야는 왕비 이세벨의 협박에 떨며 하나님께 죽음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세벨의 협박은 엘리야가 절망한 이유를 다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세벨의 협박도 무서운 것이었지만, 아합 왕도 엘리야에게 분을 품고 있었던 사람이며 엘리야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였습니다. 엘리야의 용기 뒤에는 하나님을 믿는 뒷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엘리야에게 그 뒷심이 없어졌습니다.

하나님은 절망한 엘리야를 다시 회복시키십니다. 쓸모없는, 숫자만 많은 내 편을 통해서가 아니라 엘리야에게 진정한 동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줌으로써 하나님은 엘리야를 위로하십니다. 19장 18절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

하나님이 나와 너무 먼 것처럼 느껴져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때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나 같이 사람이면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처럼 어려우면서도 그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쓰는데 결국은 나 혼자만 바보짓을 하는 것 같고, 그러다가 어려운 일에 부딪쳐 절망하게 되는 많은 신앙인의 마음에 있는 절규가 이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세상의 풍조를 따라 살지 않고 신앙을 지키는 사람들, 우상에게 무릎을 꿇지 않고 사는 사람들을 남겨 놓으십니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남은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은 ‘남은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심으로써 용기를 북돋우십니다.

예수님은 ‘남은 자들 중의 남은 자’이십니다. 모두 당신 곁을 떠났다고요? 아닙니다, 최소한 한 사람만은 아닙니다! 아무도 당신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요? 아닙니다, 적어도 한 분만은 아닙니다! 왜 하필 그런 기가 막힌 일을 당신만 당하느냐고요? 천만에요! 분명한 것은, 당신이 당한 기가 막힌 일을 당한 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분이 당신을 도울 수 있습니다. 히브리서 4장 15∼16절이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그 분입니다.

지형은 목사(서울 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