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조급함과의 싸움

입력 2012-07-01 18:35


오래전 일이다. 예배 설교 시간에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약간 짜증이 나길래 강단 마이크를 꺾어 버리고 생음으로 소리를 높여 설교한 적이 있다. 열정과 박력이 멋있었다는 칭찬에서부터 성질을 죽이라는 권고까지 교인들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언제부터인지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성향이 생겼다. 좋게 생각하면 속도의 시대에 좀더 역동성을 강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초조하고 조급해진 위기감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교역자들에게 찬송도 빠르게 부르고 말도 좀 빨리 하라고 다그칠 때도 있다.

어느 섬에서 만난 권사님이 내 눈을 보면서 예언하기를 교인들의 부족함을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도 노력하고 있고 또 잘하는 것도 많지 않으냐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청년이 홍자단 화분을 선물하면서 참고 기다리며 잘 가꾸면 예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면서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닮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사랑 담긴 그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요즘 나는 조급해진 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혹시 성령의 인도하심보다 앞질러 갈까봐.

장봉생 목사(서대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