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현실화 언제까지 미룰 건가

입력 2012-07-01 18:46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6.1% 오른 시간당 4860원으로 결정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당초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 의견과 괴리가 심하고 노동계가 제시한 5600원에도 크게 못 미쳐 노사 모두 불만인 모양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지난달 말 노동연구원이 내놓은 ‘2012년 해외노동통계’에 따르면 물가지수를 반영한 올 4월 현재 시간당 실질최저임금은 한국이 3.06달러로 프랑스 10.86달러의 28.2% 수준이다. 일본 8.16달러, 영국 7.87달러, 미국 6.49달러는 물론 스페인 4.29달러에도 못 미친다.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 구매력평가지수(PPP)로 따져도 결과는 비슷하다. 한국은 4.49달러로 스페인의 4.25달러보다 조금 많을 뿐 프랑스 8.88달러, 영국 8.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각각 자국의 전일제 근로자 평균임금과 비교해 봐도 한국은 41%로 프랑스 60%, 영국 46%, 스페인 44%보다 여전히 낮다.

최저임금제 도입 취지는 임금근로자의 소득을 늘려 수준 이하의 빈곤을 없애며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자는 데 있다. 다만 최저임금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불하도록 하는 법적 강제조치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운용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수준을 너무 높이면 비용부담을 우려한 기업 측이 일자리 공급을 기피해 결과적으로 실업증가, 경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최저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낮으면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수준이 늘 쟁점이 되는 까닭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결정 방식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르도록 돼 있어 매년 원칙을 따지기보다 힘겨루기가 앞서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인상안을 기초로 하여 주 40시간을 근무할 경우로 계산하면 월 급여는 최하 101만5740원으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래 처음으로 월 100만원선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00만원선 돌파가 아니라 그 수준의 적정성 여부다.

공익위원을 누구 편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현행 최저임금 심의·의결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전일제 근로자 평균임금과 비교해 45∼50% 수준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