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예루살렘 성을 거닐면서

입력 2012-07-01 17:57


지난 주 예루살렘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예루살렘 성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저마다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곳이어서 말 그대로 종교의 각축장이었다. 예루살렘 성을 둘러보고 거닐면서 내 마음의 관심은 오로지 그 옛날 다윗의 행적이었다.

나는 다윗이 처음 예루살렘 성을 정복한, 위대한 역사의 흔적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다윗이 예루살렘 성을 정복하기까지 예루살렘 성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수치의 역사,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여호수아 시대부터 다윗 시대까지 약 400년 동안 예루살렘 성은 여전히 가나안 족속 중 하나인 여부스 족속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가나안의 썩은 문화를 몰아내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명령을 지키지 못하고 영적인 썩은 물을 흘려보내는 여부스 족속과 무려 400년 동안 공존한 것이다. 말 그대로 수치의 역사다.

왜일까? 일단은 예루살렘 성이 워낙 난공불락의 성이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성은 삼면이 깎아지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한쪽만 막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혜의 요새다. 그래서 성경에도 “네가 이리로 들어오지 못하리라. 소경과 절뚝발이라도 너를 물리치리라”(삼하5:6) 이것이 여부스 족속의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 다윗이 등장했다. 성경은 다윗이 단번에 예루살렘 성을 정복했다고 말씀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성경 말씀대로 물의 통로, 즉 수구(水口)를 통해 침투작전을 시도한 것이다. 고고학적인 증거는 이 설명을 뒷받침해 준다. 1867년 영국 정보부대 출신의 워렌이라는 사람이 이 수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1910년 파커라는 사람이 이 수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수구는 고대에 만들어진 일종의 비상통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전쟁 시에 고대 예루살렘 성의 주민들은 식량이 없으면 쌓아놓고 버티면 되지만, 물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에 성 밖에 있는 샘물에 가서 물을 길어올 수 있도록 일종의 비밀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윗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 난공불락의 성이라고 해서 허점이 없겠는가?’ 이것이 다윗의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불러일으킨 것은 다윗의 열정이다. 이 오랜 수치의 역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다윗의 열정이 있었다. 또한 하나님께서 분명히 정복하라고 말씀을 하셨다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 패배주의가 먹구름처럼 드리워진 시대에 다윗의 믿음과 열정은 먹구름을 뚫고 나온 한줄기 섬광과 같았다.

400년의 수치를 씻어내고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린 다윗의 열정과 믿음! 예루살렘 성을 돌면서 나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하나님은 이 시대의 다윗을 얼마나 기다리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