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가해자 부모들의 심리는…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입력 2012-07-01 18:20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한 명이 교실에서 목을 맸다. ‘여드름의 신’이라는 뜻의 ‘여신’으로 불리던 학생은 “저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제 자신이 싫어졌습니다”라는 유서를 담겼다. 그리고 유서에 친구 5명의 이름을 적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중학교 상담실에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가 불려오는 것부터 시작한다. 학교폭력을 다룬 연극이지만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만 나온다. 주인공은 바로 부모들이다.
이렇게 모인 부모들은 죽은 학생에 대한 걱정이나 동정은 아주 잠시뿐이다. 행여 자신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안절부절못한다. 어떤 이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다른 이는 진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한다. 누군가는 가해자 이름이 적힌 유일한 증거인 유서를 빼앗아 불태우기도 한다.
연극은 막과 장, 암전도 없다. 자극적인 상황 설정이나 감성적인 호소도 없다. 이런 주제에 흔히 있을 법한 과도한 교훈성 메시지도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이성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차분하게 사건을 전개한다. 철저하게 이야기의 힘에 의존하는 연극이다. 일본 작가 하타자와 세이고의 원작에 배경과 배역 이름만 한국식으로 고쳤다.
연출을 맡은 김광보씨는 “일본 원작인데도 지금 우리 현실과 너무 비슷하다. 주제가 묵직하지만 연극이 무겁기만 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숙 김재건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내내 긴장감을 준다. 7월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