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고두심’ 되찾고 싶었죠… 춤 추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입력 2012-07-01 19:42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 고두심
흥겨운 탱고 음악이 흐르자 빨간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올려 묵은 그녀가 춤을 춘다. 발걸음이 가뿐하다. 젊은 남자 배우의 어깨와 손을 잡고 탱고에 몸을 맡긴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 배우 고두심(61)이 연극 ‘여섯 주 동안 여섯 번의 댄스레슨’으로 5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한 중년 여성이 방문교습 댄스 강사로부터 댄스를 배우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춤추는 고두심’은 지금까지의 고두심은 잊으라고 말하는 듯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더블 캐스팅 없이 단독 출연한다. 게다가 스물일곱 살 어린 배우 지현준(34)과 호흡을 맞추는 그는 몹시 설레 보였다. 연극의 3분의 1 이상이 춤이다. 스윙, 탱고, 비엔나왈츠, 폭스트롯,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 등 6가지. 모든 장의 마지막마다 각기 다른 춤을 2분 이상 춰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중·고교 6년 동안 고전 무용을 했어요. 그래선지 나이 들어서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죠. 올해가 데뷔 40주년, 나이 들고 보니 한 번 꺾여서 다시 새 인생을 사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념도 될 것 같고, 새로운 도전도 되고, 이런 도전이 앞으로 흔치 않을 것 같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고두심은 “다리에 굉장히 무리가 오고 있다. 평소에 새벽 산행 다니며 키운 다리 힘으로 버티고 있다”며 웃었다.
몸뻬 바지 입고 장바닥에서 뒹구는 어머니, 아이들과 남편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역할을 주로 하다가 하이힐에 드레스를 입은 역할이다. “오랜만에 치장하려니 어렵다. 대사뿐 아니라 외적인 모습도 살려서 보여줘야 하니 말이다. 몸뻬 입을 때보다 야위어가는 것 같다. 주변에서 점점 허리가 잘록해지고 있다고 놀린다”고 말했다.
김달중 연출가는 “지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춤이 아니라 고두심 선생님이 너무 젊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극중 고두심이 맡은 릴리는 72세. 김 연출가는 “선생님이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데다 연기할 때 굉장히 귀여우시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두심은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니 ‘여자’ 고두심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아마 모든 어머니들이 그럴 것 같다. 댄스가 해보니까 운동이더라. 허리도 똑바로 펴지고 자신감을 찾게 되더라. 이 연극을 보며 어머니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며 여자로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월 24일∼9월 2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