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 43% 늘었지만… 무역흑자 폭은 줄었다
입력 2012-06-29 22:06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해 7월 1일 출범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흘렀다.
관세 철폐 효과로 우리 주력 수출품이 대거 유럽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일단 ‘장밋빛 전망’으로 그쳤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의 수입이 위축되면서 FTA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가장 우려했던 농업 분야 피해는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향후 수입량이 빠르게 늘 전망이라 장기적인 농업 경쟁력 강화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동차 등 FTA 전략품목 수혜=29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관세 인하 품목의 EU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늘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해 42만6057대를 판매했다. 2010년(29만8263대)보다 42.8%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4월까지 14만767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1398대보다 32.6% 늘어나 호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한·EU FTA 활용 성과’에 따르면 무역흑자 폭은 되레 줄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전체 대EU 무역 흑자 폭은 1년 전 같은 기간 140억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대폭 축소됐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EU 국가들의 수입량이 줄어든 여파다.
EU산 수입품의 가격 인하 효과도 미미했다. 가방(35.0%), 신발(31.0%), 시계(51.1%), 화장품(10.2%) 등의 수입량은 크게 늘었지만 루이비통, 샤넬 등 대표적 명품브랜드는 관세 인하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외교통상부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FTA 체결 이후 수출이 줄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를 고려하면 선전한 것”이라면서 “자동차 등 특혜관세 혜택을 본 품목의 수출이 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는 등 FTA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농업 분야 피해 장기 대책 필요=한·EU FTA 발효 후 올해 5월까지 농식품 수입액은 26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3.9% 증가했다. 다만 수입 증가로 농수축산물 가격이 급락하는 등의 피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 수입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한 돼지고기와 탈지분유, 치즈 등은 지난해 정부가 국내 구제역 사태 등으로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할당관세를 도입, 무관세 수입물량을 대폭 늘린 품목들이다.
하지만 매년 시장 개방 폭이 커짐에 따라 국내 농업 분야의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1년차인 현재 2.3% 포인트 관세만 인하된 냉동 삼겹살의 경우만 해도 10년에 걸쳐 25% 관세가 모두 철폐된다. 낙농제품도 마찬가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후 낙농제품의 생산 감소액은 5년차에 97억원 정도에 그치지만 15년차에는 805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 피해 지원을 위해 10년간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해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년 이후 시장이 개방됐을 때 버틸 수 있는 농업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