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변화 바람… 퍼스트레이디 마무드, 영부인 호칭 거절
입력 2012-06-30 00:41
이집트의 무함마드 무르시(61) 대통령 당선자가 30일(현지시간) 취임한다.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한다. 세속주의 군부 정권이 청산되고 60년 만에 이슬람주의 민간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취임식 뒤 무르시 대통령은 카이로대학으로 가서 취임연설을 한다. 재스민혁명의 주역인 청년들의 중심지에서 취임연설을 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이어 혁명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한다.
퍼스트레이디 나글라 알리 마무드(50) 여사는 영부인 호칭을 거절하고 “그냥 ‘아메드(첫아들 이름) 엄마’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보도했다. 서민적인 이미지로 호응을 얻고 있는 그녀가 호칭 파괴로 신선한 충격을 준 것.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마무드 여사는 자신의 이름에 남편의 성을 넣는 서양식 관례를 싫어하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이슬람 전통 머리덮개를 쓴다. 학력은 고졸이다. 수잔 무바라크 여사를 비롯한 이전 영부인들은 서구식 패션에 세련된 헤어스타일이었고 고학력자였다.
마무드 여사의 이미지는 혁명이 약속했던 민주적 변화를 대변한다. 엔지니어링 강사인 달리아 사베르(36)씨는 “그녀는 나의 어머니, 당신의 어머니, 나아가 모두의 어머니와 닮았다”고 칭송했다.
마무드 여사가 무슬림형제단의 후진성과 고루함을 상징한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뉴욕이나 어디든 여행을 간다면 ‘너희 영부인은 아바야(이슬람 여성이 입는 검은 망토)를 입는다면서?’라고 놀림을 받을 것”이라고 대학생인 노란 노아만(21·여)씨는 투덜거렸다. 일부 언론은 “(이슬람 율법 때문에) 영부인과 악수해서도 안 되고, 쳐다봐서도 안 될 것”이라며 “이게 바로 코믹한 시나리오”라고 꼬집었다.
마무드 여사는 무슬림형제단 대변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원하는 전부는 아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소박한 곳에 사는 것”이라며 “대통령궁처럼 세상 사람이 사는 데서 고립된 곳에서 살다 보면 가슴이 굳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르시 당선인을 지원한 무슬림형제단도 온건한 노선으로 갈아탔다고 AP통신은 28일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제껏 주장했던 신정(神政)일치와 이스라엘 대사 방출에 관한 논의를 중단했다.
대신 무르시 당선인은 군부와의 권력 전쟁에 대비해 좌파와 자유주의자, 기독교인들을 서둘러 껴안는 모양새다. 지난 16, 17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이후 그는 무슬림형제단의 전통적인 입장이었던 술과 은행 이자 금지 등에 대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포용주의가 단기적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집트 이슬람주의에 관한 전문가 암마르 알리 하산은 “온건한 기조는 이집트가 직면한 끊임없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닥칠 비난에 대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이 확고해질 때까지만 쓰일 전략”이라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