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은행에 자금 직접대출…EU 정상 합의
입력 2012-06-30 00:42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이 회원국 은행에 직접 대출하는 방식의 지원대책에 합의했다고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9일 새벽(현지시간) 발표했다.
반롬푀이 의장의 발표 시간은 새벽 4시40분.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정상들은 13시간30분 동안 마라톤회의를 했다. 회의는 메르켈과 반(反)메르켈의 대결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 전부터 “은행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결국 위기 국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메르켈의 주장 대신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반메르켈 진영의 주장이 채택됐다. 정상들은 △유럽안정기금(EFSF), 유로화안정기구(ESM) 등이 은행 자본확충을 직접 지원하고 △선순위 지위를 갖지 않은 채 EFSF가 ESM으로 이전되고 △EFSF·ESM이 지원할 때 추가적인 재정 긴축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난항이 예상됐던 정상회의가 합의를 도출했다는 소식에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 주가지수가 개장 직후 4%가 넘게 오르는 등 유럽 증시는 급등세였다.
메르켈 총리가 양보한 결정적 이유는 프랑스 때문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메르켈과 함께 ‘재정적자 감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대통령은 즉각적인 구제조치를 주장하며 반메르켈 선봉에 섰다. 지원군 없는 메르켈 총리는 결국 뒤로 물러섰다. 정상회의는 위기국가의 국채를 EFSF가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도입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만족이 2배”라고 기뻐했다.
은행 지원의 조건은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유로존의 은행을 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은행을 면밀히 감독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29일 오후에도 120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책, 유로채권 발행, 재정동합 등 중장기 방안과 금융거래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