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일파만파] 檢, 여야 동시조준 균형맞추기?… ‘형님’ 관심 분산시키기?

입력 2012-06-29 21:51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현 정권 최고 실세인 이상득(77) 전 의원에 이어 제1야당 원내대표와 여당의 3선 의원까지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대선을 앞둔 정국에 검찰발 태풍이 불 조짐이다.

◇‘임석 게이트’로 번지나=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게 여러 차례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풍문이나 첩보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며 조사가 상당부분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은 임 회장과 몇 차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받은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몇 주 전 임 회장과 두 사람 간 수상한 돈이 오갔다는 단서를 잡은 뒤 보강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 달 3일 이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 다음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도 차례로 불러 실제 금품수수 여부 및 단순 정치자금인지 로비와 연관이 있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2002년 골드저축은행(솔로몬저축은행 전신)을 사들인 뒤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1위로 키워냈다. 임 회장은 1980년대 중반 평화민주당 외곽 조직 간부를 지내는 등 야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고, 이명박 대통령 형제가 다니고 있는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현 정권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정치인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등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다.

◇여·야 구색 맞추기?=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08∼2010년 임 회장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56·구속기소) 회장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써달라며 임 회장에게 건넨 20억여원(현금 14억원·1㎏ 금괴 6개 등) 가운데 일부가 이 전 의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로비와 관련 없는 돈”이라고 하다가 최근 “보험 성격으로 건넸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사장으로 근무했던 코오롱그룹 측으로부터 합법적인 고문료 3억원 외에 매달 수백만원씩 회계 처리가 되지 않은 돈 1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전 의원 관련 자료는 모두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 전 의원 소환 카드를 꺼낸 지 하루 만에 박 원내대표 등에 대한 수사 사실을 밝힌 것을 두고 ‘의도적 균형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합수단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이 전 의원 주변 계좌에서 발견한 ‘뭉칫돈 7억원’ 관련 기록을 넘겨받았지만 이번 건이 불거질 때까지 이 전 의원을 대면 조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 이름이 함께 등장하면서 현직 대통령 친형에게 쏠릴 비난의 화살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편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이 전 의원의 소환이 거악을 척결하는 시작이 돼야지 이를 지우고 감추는 마지막 청소작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