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협정 서명직전 급제동… 정부, 성난 민심·여야 반발에 체결 10분전 “보류” 공식 발표
입력 2012-06-29 21:44
정부가 29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전격 보류했다.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이 비공개로 의결된 이후 ‘밀실처리’ 논란이 커지면서 집권여당까지 나서 협정 체결 보류 및 유예를 강력히 요구하자, 서명을 한 시간 앞두고 국회와 협의 후 체결을 추진키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 정서상 민감한 사안을 졸속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외교적 결례를 자초한 형국이어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오후 4시 서명 예정이던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19대 국회와 협의한 후 협정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각수 주일대사는 일본 외무성에 국내 사정을 이유로 이날 협정문 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절차상 문제로 의도하지 않게 국민에게 심려를 드리게 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 안건을 결재한 이후 예정대로 추진하려던 정부는 오후 새누리당의 체결 보류를 공식 요구받고 1시간여 만에 결정을 뒤집었다. 정부는 다음 달 2일 국회가 개원하면 대정부질문을 통해 협정안을 설명한 뒤 같은 달 9일 이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 보고하고 협의를 거칠 방침이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정부의 협정 추진 및 처리 과정 등을 문제 삼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새누리당은 오전 원내지도부 회의에서 협정 보류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아무리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반드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나 국방위원회에 보고하고 국민의 검사를 맡는 게 필요하다”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문제도 있고 절차상으로 급하게 체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본 강점으로 36년 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느냐. 일본 자위대에 우리 군사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민정 정승훈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