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보보호협정 보류] 日 “믿을 수 없다” 당혹
입력 2012-06-30 00:39
일본 정부는 29일 오후 한국의 갑작스런 체결식 연기 요청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 협정 체결 보류가 아니라 연기라고 강조하면서 “빨리 체결하기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이날 오후 8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건 전화를 받아 “한국 측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양측이 긴밀히 협력해 가급적 조기에 협정에 서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믿을 수 없다”거나 “도타캔(막판 취소)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경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일본 내각회의에서는 협정 체결안이 통과됐다. 내각회의 통과 뒤 겐바 외무상이 기자 회견을 열어 “두 나라가 비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거창하게 밝히기까지 했지만, 몇 시간 만에 빈말이 돼 버렸다.
체결식은 겐바 외상과 신각수 주일 대사가 오후 4시에 가질 예정이었다. 체결식이 열리기 30분전쯤 외무성은 “한국의 제의에 따라 서명식이 연기됐으며, 앞으로의 서명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간략하게 발표했다. 요코이 유타카 외무성 외무보도관은 “오늘 체결식이 이뤄질 것으로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도록 한국과 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겉으론 ‘안타깝다’였지만, 외교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처사에 불만을 강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아사히신문은 이 사건을 “한국이 입장을 바꾸었다”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배달된 석간신문에 이미 ‘한국과 일본이 군사협정을 체결한다’고 기정사실화한 기사가 실렸다.
한편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일 정보협정에 관해 “관련국들은 신중한 행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을 하기 바란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현재의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복합적이고 민감하다”며 “대립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도쿄·베이징=연합뉴스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