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야죠”… 서울시 노숙인 대상 첫 취업설명회에 150여명 몰려

입력 2012-06-29 18:53


6년째 쉼터와 거리 등을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45)씨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최근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을 땄기 때문이다. 그동안 엄두를 못 냈던 새 직장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물두 살 때부터 철공소에서 기계 일을 하던 이씨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자 6년 전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날품 일을 하며 푼푼이 돈을 벌고는 있지만 돈벌이가 일정치 않아 빚을 갚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가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고 두 달 노력한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얼마 전 시가 마련한 ‘사진작가 조세현의 희망 프레임’ 사진 강좌도 수료했고, 4명의 우수생 중 한 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자립 의지가 다시 싹트기 시작했고, 번듯한 직장에 대한 희망도 품게 됐다. 하지만 구직 신청을 어디다 하고 이력서 작성은 어떻게 할지 몰라 난감했다.

이씨처럼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 정보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29일 오후 시립 영등포보현의집에서 첫 취업 설명회를 열었다. ‘새 삶 찾기 점프 2012’로 명명된 취업설명회에는 서울시내 노숙인 쉼터 20곳과 상담보호센터 4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150여명이 몰려들었다.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30∼40대도 더러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시 일자리플러스센터 상담팀장이 2시간 동안 진행한 취업 시 면접법, 이력서 작성법, 일자리 사이트 소개 등을 끝까지 경청했다. 이후 6개 상담 창구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취업 상담도 받았다. 노숙인들의 구직신청서 내용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에 올려지고 이곳에 등록된 기업들과 연결된다. 설명회에선 구직 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증명사진 무료 촬영과 즉석 이발 서비스, 신용회복 상담 등도 진행됐다.

청량리가나안쉼터를 이용하고 있는 백모(39)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관련 기관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노숙 생활을 해 온 하모(63)씨는 “아직 건강한데 일을 하고 싶어도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구직에서 늘 고배를 마셨다”면서 “주차 관리나 경비 분야에 구직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 복귀를 열심히 준비하는 노숙인들에게 실질적 자립 기회를 주기 위해 앞으로 이 같은 취업 설명회를 연 2회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