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례 결정적… 민주 ‘대선 가도 짐 덜기’도 한 몫
입력 2012-06-30 00:40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두 의원의 제명 여부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반발과 심사 절차 등을 고려하면 실제 제명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예상된다.
양당이 자격심사를 추진하게 된 데는 헌법재판소 판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2001년 7월 판례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비례대표 후보자의 선정과 그 순위의 확정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통합진보당이 이미 1, 2차 진상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있다고 공식 발표한 만큼 자격심사가 가능하다는 게 양당의 판단이다.
또 통합진보당이 이날 중앙당기위원회에 이어 다음 달 의원총회를 통해 당에서 제명키로 확정하더라도 두 의원은 사퇴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회 차원에서 손을 쓰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제명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국회의장이 윤리위원회에 넘겨서 심사하게 된다”며 “심사 과정은 독립적이고, 통합진보당의 최종적인 결과 발표에 의존할지 여부도 심사위 재량에 맡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두 의원의 자진사퇴 거부가 연말 대선을 앞둔 야권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격심사의 요건인 부정선거 여부 결정은 통합진보당에서 해줘야 한다”며 “우리가 부정선거라고 결정할 권한이 없지 않느냐”며 통합진보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신·구당권파를 가리지 않고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감스럽다. 타당 의원에 대해 자격심사를 하는 게 맞느냐”면서 “새누리당의 색깔 공세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도 “청년비례 선출 과정은 지극히 합법적으로 진행되었다”며 “6·29 야합을 즉시 거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당내 절차를 밟고 있고, 당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개입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인터넷 투표 중단 사태와 관련해 2차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했던 김모 교수가 선거 직전인 지난 24일 당 서버에 48시간 동안 무단 접속한 사실을 확인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구당권파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