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스페인, 첫 2연패냐 44년만의 정상 탈환이냐… 미리보는 결승전

입력 2012-06-29 18:31

“여전히 스페인이 확실한 우승 후보다.”

체사레 프란델리(54) 이탈리아 감독은 신중했다. 29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가 ‘유로 2012’ 4강전에서 독일을 2대 1로 꺾은 뒤였다. 프란델리 감독은 2일 결승전에서 맞붙을 스페인 선수들에 대해 “경험과 실력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털어놓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자국 선수들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을까.

◇발로텔리 vs 파브레가스=프란델리 감독은 마리오 발로텔리(22·맨체스터 시티)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이다. 발로텔리는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전반 20분, 36분 두 골을 몰아넣었다.

발로텔리가 누구던가. 2010년 ‘골든보이상’을 받은 세계 최고의 유망주다. 그러나 툭하면 사고를 쳐 ‘문제아’로 찍혔다. 이번 대회에 심기일전하고 나왔지만 조별리그에서 부진했다. 그나마 아일랜드와의 3차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뜨려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그러더니 준결승전에서 ‘악마의 재능’을 발휘해 한순간에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우뚝 섰다.

발로텔리는 독일전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가장 강한 두 팀이다.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에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대회 3득점을 기록해 득점 공동 선두가 된 발로텔리는 득점왕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꼽힌다. 만일 이탈리아가 우승한다면 대회 MVP까지 노려 볼만하다.

스페인의 키 플레이어는 세스크 파브레가스(25·FC 바르셀로나)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패싱 플레이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를 압박하는 ‘제로톱’ 전술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데, 그 중심에 파브레가스가 있다. 미드필더 파브레가스는 중원은 물론 전문 공격수의 빈자리까지 메우며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후반 18분 동점골을 터뜨려 스페인을 구한 바 있다.

◇사상 첫 대회 2연패 vs 44년 만의 우승=‘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우승하면 유럽 축구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것. 3연속 메이저 대회 우승은 덤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해 이번 대회까지 휩쓸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44년 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4차례(1934, 1938, 1982, 2006)나 정상에 오른 이탈리아지만 유로 대회에선 1968년 우승이 유일하다. 이탈리아는 ‘유로 2008’ 8강전에서 스페인과 격돌해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2대 4로 패한 아픔이 있다. 이제 복수할 기회가 온 셈이다. 역대 전적에서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10승 12무 8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