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인삼

입력 2012-06-29 18:47

인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농산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있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건강식품으로 인식돼 2007년 5082만 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이 지난해에는 1억3403만 달러로 4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원래 북위 30∼40도의 깊은 산악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신약영초(神藥靈草)로 알려져 예전부터 민가에서 재배해 왔다. 신라시대 때 당나라에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 인삼은 인삼으로 불리는 다른 나라의 약초와 구별하기 위해 ‘고려인삼’이라고 칭하고 ‘삼(蔘)’으로 표기한다.

인삼은 종자를 후숙시켜 씨눈을 키운 다음 씨껍질이 벌어지게 하는 개갑처리(開匣處理)를 해야 한다. 금방 발아하지 못해 일정한 휴면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부식질이 많고 물빠짐이 잘 되는 사양토에서 잘 자라며 파종 2년 전에는 빈 땅으로 놔둬야 한다.

인삼을 찐 홍삼은 항산화물질과 유기산, 아미노산이 풍부해 동맥경화나 고혈압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삼을 물로 깨끗하게 씻고, 용기에 넣어 가열된 수증기를 이용해 크기에 따라 일정시간 찌는 증삼(蒸蔘)과정을 거친 다음 수분이 12.5∼13.5% 정도 될 때까지 건조시켜 만든다. 운동선수들이 부인이나 부모님이 직접 제조해 준 홍삼을 먹고 기록을 냈다는 이야기가 자주 회자될 정도로 스포츠 스타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인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값이 뛰자 재배농가가 급속히 늘어 파동을 우려한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국내 홍삼 소비는 거의 성숙기라 수요가 크게 늘 것 같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박을 노린 농민들이 너도나도 뛰어든 탓에 지난해에 벌써 2만3578가구가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2004년 1만3797가구에 불과했던 인삼 재배 가구가 8년 만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인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에 고려인삼을 식품으로 분류해 줄 것을 요청한 이유도 인삼 파동을 우려한 때문이다. 인삼은 국제적으로 식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중국, 대만,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어 수출이 쉽지 않다. 인삼 수출 길이 활짝 열려 고려인삼의 명성이 전 세계에 퍼졌으면 한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