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럴 해저드 우려되는 가계부채 해법
입력 2012-06-29 18:45
금융감독원이 28일 저신용 대출자의 채무 구조를 개선하는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리워크아웃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맞춰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원금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1개월 미만 단기 연체를 반복하는 저신용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 금감원은 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0%대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시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프리워크아웃을 들고 나온 것은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911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85%로 2006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도 0.97%로 치솟았다. 대부업체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8%대에서 지난달 14%대로 급증했다.
KB금융연구소는 가계부채의 30%가량을 위험부채로 분류하고 전국 30만7000가구를 잠재적 부실 위험군으로 추정한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부동산값이 하락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가구가 늘어나면 은행권이 부실해지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가계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성장 동력까지 약하게 만든다. 금감원은 이런 위기 징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계파산을 줄일 수 있는 고육책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은행을 압박해 프리워크아웃을 추진한다고 가계부채가 줄어들지 의문이다. 가계부채의 상환을 유예하거나 장기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벌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이자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모럴 해저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