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룡 목사의 시편]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
입력 2012-06-29 17:57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어느 신자가 질문했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다.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다. 잘 알다시피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말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결혼에 대한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그 근거를 영지주의 문서인 나그 하마디(Nag Hammadi)에서 찾는다. 특히 빌립 복음서(The Gospel of Philip)와 마리아 복음서(The Gospel of Mary)에는 “예수는 다른 모든 제자들보다 더 자주 막달라 마리아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는 것과 “예수는 다른 제자들보다 그녀를 더욱 사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으며 아이를 낳기까지 했다는 소설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빌립 복음서와 마리아 복음서는 빨라야 AD 3세기 초에 쓰인 문서라는 것이다. 이미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후 약 18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 문서인 셈이다. 이에 반해 예수의 생애를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는 예수의 죽음 이후 30년에서 60년 사이에 모두 기록됐다. 빌립 복음서와 마리아 복음서는 4복음서에 비해 역사적 신뢰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4복음서가 실제 역사 속에 살았던 예수의 생애를 더욱 신뢰성 있게 기록했다고 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나그 하마디 문서로 불리는 영지주의 문서들의 특징은 어떤 사실 자체를 기록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영지주의 사상을 통해서 하나님과 결합하고 좀 더 영적으로 살고자 하는 영적 경험을 위해 쓰여진 문서이다. 따라서 영지주의 문서는 다분히 강한 종교적 상징성을 띄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께서 “막달라 마리아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한 인간이 하나님과 하나 되고자 하는 영적 갈망을 문학적이며 영적 친밀감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영지주의 문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문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험하고자 하는 영적 문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역사적 문서인 4복음서에서는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예수님이 결혼했다는 주장은 언제나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영적 분별력이 참으로 중요하다. 멋있는 말로 진리를 외치는 입술은 많아졌지만 진리의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룩한 삶의 모습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삶을 통해 예수 제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도 예수께서 결혼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퍼뜨리는데 일조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 큰나무교회 담임·기독교 변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