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옥상에 ‘청년창업 꿈’ 영근다
입력 2012-06-28 19:18
전북 전주 남부시장의 6동 옥상에 오르면 전통 재래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지난달 5일 문을 연 ‘청년몰’. 28일 오후 3시쯤 찾은 이곳에는 흥겨운 팝송이 흘러나오고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함께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고 쓴 안내판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일자리를 찾던 25∼35세 남녀 17명이 12곳의 가게를 열면서 ‘시장 위의 시장’이 됐다. 시장 상인들은 처음엔 시장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이제는 젊은 가게 주인들에게 장사 노하우를 알려주고 소통하는 ‘선배님’들이 됐다.
이곳은 침체된 재래시장을 살리고 젊은이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주시가 지원했다. 사회적기업 ‘이음’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이들에게 330여㎡의 시장 옥상 장소와 창업지원금 1000만원씩이 지원됐다. 젊은 가게 주인들이 가게를 열면서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던 2층이 탈바꿈하게 됐다.
가게 이름이나 간판도 젊음을 발산하듯 톡톡 튀게 만들었다. ‘뽕의 도리’는 뽕나무를 활용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다. ‘범이네 식충이’는 파리지옥 네펜데스 등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과 희귀식물을 판매하는 곳이고 ‘The flying pan’은 볶음요리전문점이다. ‘그녀들의 수작’에선 직접 손으로 만든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카페나비’는 정영아(32·여) 대표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주제로 꾸며졌다. 통기타 가수이기도 한 그는 한 달에 한 번 직접 공연도 한다. 이 밖에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잡화점, 칵테일바, 재활용 가구 공방도 들어서 있다.
문을 연 지 채 두 달이 안 됐지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외지 관광객은 물론 벤치마킹하러 온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이곳을 찾았고, 이틀 전엔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이 옥상 시장을 방문해 젊은 가게 주인들과 담소를 나눴다.
‘놀다가게’ 백승열(31) 대표는 “아직은 걸음마지만 우리에겐 꿈이 있다. 수익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좋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