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입없인 ‘비공개 안건처리’ 불가능”…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확산
입력 2012-06-28 16:30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의 ‘밀실’ 처리 과정을 청와대가 주도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협정의 주무부처가 국방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바뀌고 지난 26일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처리된 게 청와대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외교부 관계자는 28일 “비공개 의결 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그대로 국무회의에 올라갔다”면서 “외교 관련부서에선 비공개 안건으로 하더라도 언론에는 국무회의 의결 전에 엠바고(한시적 보도금지)를 걸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국무회의 전날 저녁 ‘대외주의’로 분류돼 안건에 포함됐고 국무회의 의결 뒤에도 해당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군사협정임에도 외교부가 주도하고, 협정의 명칭도 ‘군사’라는 표현이 빠진 것 역시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남미 순방을 나서기 전 이 협정 체결 계획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에 청와대 측은 외교부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 떠넘기기가 아니냐. 일본과 한국의 절차가 마무리됐을 때 협정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외교상 관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부처가 서로 의견이 다른 게 아니다. 전반적인 상황 인식을 공유한 상태였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보보호협정이 29일 체결되면 양국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나아가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으로 양국 군사협력 강화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협정 체결이 단순한 정보교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 실시되고 있는 양국 연합훈련이 군사적 성격을 띤 실질 협력관계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일본문제 전문가는 “앞으로 양국 간 대북정보 교환뿐 아니라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 정보교류 차원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위성을 3기나 운영하는 일본의 항공우주 정보자산을 통한 대북정보와 탈북자 등 인적정보를 활용해 확보한 한국의 대북정보를 토대로 대북 공동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군사협력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방대학교 박영준 교수도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이번 협정은 상호 도움이 될 소지가 많다”며 “정보 공유가 돼야 작전수행 시 협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의 군사협력 범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협정으로 한·미, 미·일 간 교류되던 정보들이 공유되는 3각 정보교류망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 주변에 대한 정보 수준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협정 체결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 공동성명은 “한·미·일 3자 안보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협정이 메커니즘의 첫 단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 군사협력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리 내부 반발과 함께 중국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신창호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