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660만명… “가계파산 미리 막아라”

입력 2012-06-28 19:00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은 금융당국이 고민해온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의 핵심이다. 빚 상환능력이 있는 저신용자를 카드·대부업계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으로 유인해 순차적으로 부채를 구조조정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의 자활능력을 가릴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갖춘 데다 연 10∼20%대 대출상품을 출시할 여력이 있는 은행권이 파트너로 낙점됐다. 반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은 별도로 설립한 기구나 기존의 복지시스템으로 흡수해 처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은행이 저신용자 구제해 달라”=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조찬모임을 갖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악화된 경제여건 때문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면서 “연 20%대 대출 금리를 받더라도 은행이 이들의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가계부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저신용자의 자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다중채무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다 나온 것이다.

당시 부행장들 사이에서는 “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을 경우 여론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위기상황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고위관계자는 “잠재적 부실 대출의 경우 은행 전체 여신의 2%도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라 은행 입장에선 큰 부담은 아니다”며 “다만 고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경우 국민 반감을 살 수 있어 여러 가지 각도로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1개월 미만·다중채무자에게 기회=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되는 프리워크아웃은 1∼3개월, 개인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자를 위한 프로그램이어서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은 1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와 최근 가계부채 부실의 주범으로 떠오른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프리워크아웃이 시행될 경우 은행 입장에서도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 프로그램처럼 저신용자의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금융기관별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의 부실 채무를 인수할 별도의 정부 기구 설치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 동향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별도 기구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지난 3월말 기준 660만명이며 이 중 250만명은 연 3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