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제압” 민주당 대선주자들 슬로건 경쟁

입력 2012-06-29 00:28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귀에 쏙 들어오는’ 선거 슬로건을 찾기 위한 각 후보 진영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선주자의 철학과 정책을 널리 알리고,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한 슬로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대박 난 손학규, 절치부심 가다듬는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이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은 거의 대박이 난 분위기다. 하루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제, 정시퇴근제, 2주 여름휴가, 노동시간 상한제 등 평범한 직장인들의 희망사항을 감성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는 트위터 등에서는 반응이 폭발적이다. 손 고문 진영 내부에서 “저렇게 높은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하느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윤희웅 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28일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슬로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며 “화이트칼라와 인텔리 계층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령층·저학력·저소득층에는 전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르주아’ 냄새가 난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슬로건 ‘우리나라 대통령’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네편 내편이 없는 ‘우리’라는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특권과 권력의 횡포에 지친 보통사람의 심경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재인=친노(親盧)’라는 강한 인상을 지우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너무 추상적이다”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에 나왔냐”는 반응이 많다.

문 고문 측 관계자는 “후보가 지향하는 바를 잘 담았다”면서도 “메인 슬로건은 1~2주 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제2탄을 만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세균 상임고문이 선언한 ‘빚 없는 사회’는 공약과 가장 직결돼 있고,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우스 푸어, 가계부채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고 후보의 경제적 전문성을 담아냈다. 그러나 현실문제 해결에 주력한 나머지 새로운 사회적 지향점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다음달 초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슬로건에는 ‘평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리 시대 정의의 핵심 내용은 ‘평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평소 좌우명인 ‘불환빈환불균’(不患貧患不均·백성은 가난함보다 불평등에 분노한다)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쉴새 없는 주자들 행보=문 고문은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부산·경남지역 경청 투어에 나섰다. 문 고문은 유년시절을 보낸 거제 명진마을의 원로들을 만나 “저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양강 구도는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고 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를 대통령을 한 번 배출한 데 그치지 않고 두 번이나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손 고문은 조계종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29일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근무지가 있는 경기도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두 사람이 이곳에서 깜짝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정 고문은 다음주부터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투어를 시작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