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터키 모델’ 검토… 軍 영향력으로 민간정부 견제

입력 2012-06-28 18:49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당선인과 권력이양을 협상 중인 군부가 향후 이집트의 정국운영 방향으로 ‘터키형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터키형 모델은 군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속주의 정치 모델을 뜻한다.

터키는 1923년 공화국 건국 이래 이슬람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세속주의를 천명했고, 군부는 사법부와 함께 세속주의의 보호자로 자처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슬람 강경파가 권력을 차지할 때마다 세 번이나 쿠데타를 일으켰을 정도. 이집트 군부는 터키식 모델을 통해 문민정부를 견제하고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내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터키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0년 헌법 개정을 이뤄 현재 군부의 정치 개입이 차단된 상태다.

군부는 이 모델을 상당히 오랜 시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외교협회 스티브 쿡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2월) 무바라크 축출 직후 군부 지도자 마샬 탄타위가 터키의 82년 헌법을 도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터키의 82년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언론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왕정 폐지 후의 대통령들을 모두 배출했을 뿐 아니라 무바라크 축출에도 역할을 한 군부는 현재 입법과 국방·외교, 예산 편성 등 핵심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어렵게 이룬 민주화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아닌 이집트 사람들은 군부의 정치 개입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현실적인 군부의 권력이 막강한 데다 이슬람형제단 출신인 무르시 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향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