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교회 수익사업 세금 추징’ 이렇게 본다
입력 2012-06-28 21:29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홍정길 목사 “종교재단의 세상 향한 선한 사업 세금으로 위축 안되게 정부 배려 필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교회 등 종교시설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와 관련,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는 “행정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좋은 일을 가로막는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 잡아나가겠다”면서 “강남구청측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지난 27일 서울 수서동 남서울은혜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종교재단의 선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정부, 세무당국, 교회가 가장 합리적인 세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소송을 통해 법적 판례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 건물에 카페 등을 운영해 수익을 거둬 복지사업에 썼는데도 강남구로부터 최근 3억4000여만원의 재산세를 추징당했다.
특히 그는 종교·복지 활동과 관련된 우리의 세무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홍 목사는 “미국의 경우 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기관 또는 단체)의 수익사업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나서 지원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되는 일을 이들 기관이 대신한다는 이유에서다. 밀알복지재단이 장애인 복지라는 설립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사업을 벌인 만큼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었다.
홍 목사는 “음악홀을 돈을 받고 빌려주긴 했지만 운영비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에서 많은 돈을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페나 빵집은 장애학생들이 기술을 배우고 실습하는 장소”라며 “우리 교인들이 주로 성경 공부를 하거나 주일에 모임을 갖는 용도로 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그가 종교시설의 사업 수익에 무조건 세금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목회자나 시설 운영자들은 납세자로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세무당국은 위법 행위를 면밀하게 가려내 걸맞는 책임을 지게 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홍 목사는 “교회나 복지시설 등 비영리단체의 복지성 사업을 통해 약간의 수익이 난다고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공동선의 관점에서도 잘못된 것이고 이는 정부가 오히려 권장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세무체계가 정비돼야 되고 교회 등은 복지사업과 수익사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故) 옥한흠·하용조, 이동원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 4인방’으로 꼽히는 홍 목사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를 포함해 46년간 사역한 후 지난 2월 은퇴했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한 평생을 상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선교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쏟아왔다. 그 첫걸음이 밀알학교 건립이었다. 홍 목사는 “‘하나님, 내가 죽기 1년 전에 내 아이를 먼저 데려가달라’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장애인학교를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밀알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97년 3월 문을 열었다. 그는 “장애인학교는 ‘재수 없다’라며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데…. 다행히 잘 해결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105억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기까지 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밀알복지재단은 93년 출범한 이후 장애인들의 숙소인 장애인그룹홈과 밀알베이커리 등 직업재활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펴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