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발표한 가수 박경환 “감성 듀오 ‘재주소년’의 추억 이번 음반에 털고 갑니다”
입력 2012-06-28 18:05
감성 듀오 ‘재주소년’을 기억하시는지. 나른한 기타소리에 담담한 어조로 유년기의 추억과 청춘의 아픔을 노래하던 재주소년. 이들의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때로는 응원이 돼주었다. 그래서 혹자는 이들의 데뷔 음반이 발표됐을 때 전설의 포크 듀오 ‘어떤날’이 환생했노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주소년은 2010년 11월 ‘평생 해 나갈 음악이라면 좋은 시기에 각자 홀로서기를 시도하겠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2003년 데뷔해 7년을 함께 활동한 재주소년의 유상봉(29)과 박경환(28).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찾아 잠행에 들어갔다.
박경환이 최근 ‘애프터눈’이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미니음반 ‘남쪽섬으로부터’는 지난 1년 7개월간 소식이 끊긴 재주소년이 자신의 팬들에게 보낸 편지와 같은 앨범이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박경환은 “시간이 지나면 발표할 수 없을 것 같은 곡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엔 재주소년의 느낌이 묻어나는 곡들이 많은데, 저로서는 빨리 (그런 느낌을) 소진시켜버리고 싶었어요. 갖고 있는 걸 버려야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음반명 ‘남쪽섬으로부터’의 ‘남쪽섬’은 그가 20대를 보낸 제주도다. 서울이 고향인 박경환은 2002년 제주도 철학과에 입학해 지난해 2월 졸업하기까지 10년을 제주도에서 보냈다. ‘애프터눈’이라는 예명은 그가 온라인상에서 주로 쓰는 아이디를 그대로 가져왔다.
박경환은 모두 6곡이 담긴 이번 음반을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은 음반” “먼 곳을 바라보며 들어야 하는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얘기지만, 음반을 들어본다면 누구든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기타가 중심이 된 단출한 악기구성을 바탕으로 박경환은 재주소년 음악이 주던 느낌을 그대로 들려준다. 아련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들이다. “세련된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어요. 투박하고 날것의 정서가 담긴 소리를 담겠다는 생각만 있죠.”
박경환은 이르면 오는 10월 발표될 자신의 첫 정규음반에서는 이번 미니음반, 그리고 과거 재주소년이 낸 음반에 담긴 음악과는 다른 색깔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21일엔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제 노래 외에도 어린 시절 제가 좋아한 가요들을 제 색깔대로 편곡해서 들려드리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공연장에 오는 분들께 저의 감성을 다져준 노래들이 어떤 곡들인지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