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대세 윤제문이야… 흥분하면 지는 거 알지?”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주연으로 대박
입력 2012-06-28 21:53
최근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마이더스’ ‘더 킹 투 하츠’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윤제문(42)이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7월 12일 개봉)로 관객을 만난다. 그를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출연한 영화 ‘이웃집 남자’(2009)가 있었지만 ‘나는 공무원이다’로 사실상 대중에게 첫 주연 작품을 알리게 됐다. 단독 주연, 나쁘지 않은 시사회 평, 종일 언론 인터뷰가 잡혀 있을 정도의 관심. 이런 날은 생애 처음이라고 했지만 그는 전혀 들뜨지 않았다.
말수가 적었다. 낯선 사람을 만날 때 편하게 다가서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질문의 답은 대체로 단답식으로 끝났다. 이 작품이 연기 인생에서 갖는 의미나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어느 정도 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고 했다. 멋쩍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영화는 임금체불 없고 정년보장 되는 공무원에 만족하고 살아가던 서울 마포구 7급 공무원 한대희가 홍익대 인디밴드를 만나며 일탈을 겪게 되는 이야기. 영화에서 평정심의 대가인 한대희 역의 윤제문은 눈에 힘을 뺐다. 대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섬세한 표정 변화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구자홍 감독은 말수가 적은 윤제문을 대신해 “내추럴한 연기는 윤 배우가 지존”이라며 “그동안 조직폭력배 연기를 주로 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역할이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인데 윤제문이 수준급 기타 실력을 갖춘 것도 캐스팅에 일조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배운 클래식 기타, 국악학원에 다니며 배운 대금을 비롯해 피아노 북 장구를 두루 섭렵했다.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연기는 라이브다. 막 해야 된다. 시나리오를 보고 미리 이런저런 계산을 하지만 카메라 켜지기 직전 다 비워놓는다. 막 하다보면 무의식 속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하나가 더 나온다.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해 말할 때만은 달변이었고 목소리도 컸다.
그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제일 먼저 대학로의 극단 동료들을 찾는다. 서울 혜화동 극단 ‘골목길’에 소속된 그는 그곳이 직장이라고 여긴다. 연극에서 시작했으나 드라마나 영화로 성공한 후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지 않은 많은 배우들과는 다르다.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방위로 복무하던 어느 일요일, 친구 따라 연극을 보러갔다. ‘칠수와 만수’였다. 세상에 저런 게 있구나 하고 순식간에 몰입됐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관객이 울고 웃고, 이거 끝내준다 싶었다. 시작은 연기가 아닌 연출부. 산울림 소극장에서였다. 1년 후 극단 ‘연희당거리패’에 들어갔는데 동료와 어울리는 게 너무 좋았다. 한때는 신용카드를 돌려 막던 생계형 배우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5년 영화 ‘남극일기’로 충무로의 괴물 신인이 탄생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그 이후 캐스팅 걱정은 없었다. “역할? 뭘 가려요. 다 연기인데. 어떤 색깔로 굳어지면 또 어때요. 연기할 수만 있다면 그냥 다 좋지요.” 그는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지만 연기에 끌려가게 되면 그땐 그만 둬야지”라고 했다. 요즘 ‘대세’ 윤제문은 그랬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