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도 넘쳐나는 구형량 검찰 제식구 감싸기
입력 2012-06-28 18:38
광주지방법원이 그제 당내 모바일투표 선거인단을 불법으로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의원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선거사범 철퇴 의지를 일선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그 동안 검찰 구형량을 존중해 선고하던 관례를 과감하게 깼다는 데서 박수를 보낸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검찰이 아직도 ‘제식구 감싸기’라는 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구속기소 12명, 불구속 기소 17명, 기소중지 1명 등 30명이 연루된 대형 선거부정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 의원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하고, 그의 당선을 위해 뛴 현직 구청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한 검찰의 행태를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통합당 당내 경선에서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무원을 시켜 사전에 선거인단을 모집한 것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한 파렴치한 행위다. 전직 동장이 투신하고, 평범한 시민이 불법 선거에 동원돼 옥고를 치렀는데도 정작 이 범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당사자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약한 형을 구형한 것이 이치에 맞는지 검찰은 답해야 한다. 만약 박 의원이 엘리트 검사 출신이 아니었더라도 이번처럼 구형할 수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 검찰은 달라져야 한다. 오죽했으면 재판부가 박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동원된 주부의 ‘아기가 아픈데도 투표단을 모집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는 자필 진술서를 공개했는지를 검찰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에 동원된 선량한 시민들은 형식상 박 의원과 공범관계지만 실제적으로는 피해자란 사실을 검찰도 잘 알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박 의원이 공소내용을 전면 부인한 점으로 미뤄보아 검찰도 수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박 의원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혐의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검찰이 형평에도 어긋나는 봐주기 구형으로 체면을 구겨서야 어디 위신이 서겠는가.